김용언 취재2부 기자
김용언 취재2부 기자
새해가 밝은 지 보름도 안 된 지금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지레짐작으로 올해 매출 목표, 설비 시설 재투자 등이 있을 것 같지만 이들이 전하는 말에는 아쉬움이 더 짙게 배어난다.

최근 만난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올해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 주머니 속 담배를 꺼내들었다. 연신 담배를 피던 그는 "기업들은 매해 연말과 연초에 죽느냐 사느냐 문제에 닥치게 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그의 말처럼 중소기업은 매년 힘들다. 투정보다는 단말마(斷末魔)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업계는 정부 및 지자체의 경제 정책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지난해부터 대전시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 등은 `제2벤처붐`을 외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방향타가 벤처를 살리는 쪽으로 정해진 것이다.

신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벤처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듯하다. 내용을 보면 1990년대 대한민국을 강타한 `벤처 신화`와 닮았다.

당시에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고 지금은 장기불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은 그렇다 치고 근로시간 단축은 아예 중소기업의 활로를 막아버렸다. "가뜩이나 대·내외적 악재에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게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다.

같은 맥락으로 대전시가 육성하려는 유니콘 기업(비상장 스타트업·1조 원 이상 가치)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기업 유치 실적이 미미한 대전의 새로운 경제 대동맥으로서의 유니콘 기업 육성은 시간·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을 수 있다.

`배곯는`이라는 표현이 자극적이라면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을 향한 혜안이 나오길 바란다. 과감한 세제 혜택과 기술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중소기업들 역시 지원만을 바라는 수주대토는 지양해야 한다. 불황에도 성장하는 회사가 있듯 작은 부분에서부터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취재2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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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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