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제주 올레길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7년 9월이었다.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뜻있는 사람들과 성산읍의 제1코스를 만든 것이 시초였다. 당시 서 이사장은 숨막히는 일상을 살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던 상태로, 한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페인으로 떠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올레길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걷기 코스를 하나하나 만들어 지금까지 순환코스를 포함해 26개 코스 422km의 길을 개척했다.

올레길이 만들어지면서 제주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단기관광 중심의 여행이 장기 체류관광으로 바뀌었고, 단체관광이 개별여행으로, 명소 중심의 관광이 마을과 재래시장을 돌아보는 여행으로 변화했다. 일회성 관광지가 아니라 계절변화에 따라 다시 찾아 즐기고 힐링하는 곳으로 제주를 바꾸어 놓았다.

실제로 제주 방문객 1000만 명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2배이며, 올레길 방문자 120만 명은 산티아고의 연 15만 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제 문화의 옷을 입혀 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제주 올레길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기 열풍이 열병처럼 유행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둘레길 이름이 자고 나면 하나씩 생겨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름만 생기고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양군도 단양읍 상진리에서 적성면 애곡리를 잇는 길이 1.2km, 폭 2m의 데크길로 단양강 암벽을 따라 단양강 잔도를 조성했다.

단양군은 `단양강 잔도`를 알리기 위해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각종 행사는 단양강 잔도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가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길에 문화의 옷을 입힌 제주 올레길처럼 `단양강 잔도` 길에도 문화의 옷을 입힐 필요가 있다.

제주 올레길을 되짚어보는 것은 `걷기 이상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이제 `단양강 잔도`에도 절실한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야 걷기가 주는 사색과 성찰, 소통과 치유의 깊이와 폭도 확장할 수 있다. 동시에 단양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단양강 잔도가 그렇고 그런 길들이 아니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 삶의 향기가 흐르는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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