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나경원 대표가 4일 당헌·당규 해석 논란 속에서도 자신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전날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승복하기로 해 확전은 피했다. 다만, 황교안 대표에 대한 `월권논란`이 끊이지 않아 여진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의총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 행복과 대한민국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국당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애초 의총 안건으로 `임기 연장`을 올리면서 이날 의총을 통해 거취를 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날 최고위의 불가 결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승복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황 대표를 중심으로 한 최고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영남·강남 중진 용퇴론`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던 김태흠 의원은 이날 의총 사회자의 만류와 일부 의원의 야유에도 꿋꿋이 공개 발언을 통해 지도부의 월권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최고위 의결 내용은 참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언론에 이유를 밝힌 부분도 너무나 황당하다. 원내대표의 연임이나 경선은 의총에 권한이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내대표 선거일 공고를 당 대표가 하게 한 것은 절차상의 권한"이라며 "새 원내대표를 선거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날짜나 일정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하는 논란 소지를 없애고 선관위 같은 역할을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나 원내대표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나도 많다. 그러나 호불호 가지고 연임 문제를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다시 원점에서 `연장이냐, 선거를 통해 새 원내지도부를 뽑느냐`를 의총에 넘기고 되돌리기를 최고위에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의 제지에 대해 "제 입을 막은 들 이 얘기가 밖으로 안 나가겠느냐.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 우리가 문재인 정권 독재, 국회의장이 함부로 유권해석으로 국회를 끌어가는 부분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열린 황교안 대표 주재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장에선 정진석 의원이 "이런 것은 처음 본다. 당신들 너무 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3선 중진인 판사 출신 홍일표 의원도 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원내대표의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원총회에게만 있다"며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서 임기연장을 불허한다며 신임 원내대표의 선거 공고를 하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난 김세연 의원 역시 "재신임 여부가 바로 오늘 의원총회에 부쳐질 것으로 예고가 돼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 해석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 지배구조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여의도연구원장직 사퇴에 대해 `속았다`는 취지의 말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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