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대학 겸임교수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대학 겸임교수
역사의 필연과 우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필연성에 방점을 찍은 칼 마르크스는 시장경제의 몰락을 예견 하였다. 그의 추종자들은 국가 권력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전체주의 독재국가를 만들었다. 국민의 삶을 국가가 절대 지배하면 굴종과 노예적인 연명만 있을 뿐이다. 지배자는 온갖 호사와 권력을 만끽하며 그들만의 천국에서 놀았다. 이게 지난 20세기 60여 년간 존재하였던 공산국가들의 민낯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아주 우연한 상황 돌출로 사라지게 되었다. 시장경제의 불신과 국가권력 절대주의가 낳은 엄혹한 역사의 교훈이 되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빨리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은 미국과 세계의 패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인민의 삶을 국가가 아닌 시장이 책임지게 한 결과이다.

헌데 역사의 유물이 된 "정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정치가 오늘날 이 땅에 움터지고 있다. 덩달아 심판이 끝난 국가주의가 스멀스멀 우리사회에 스며들고 있어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갈아먹을까 불안스럽기만 하다. 정의, 공정, 평등으로 색칠한 문정권이 출범한지도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불과 2년 반 만에 정치, 안보, 경제, 외교 등 전 방위 분야에서 많은 파열음과 충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권출범 이후 한풀이처럼 몰아친 적폐몰이는 정치권, 관가, 경제계 등을 망라 초토화시켰다. 전정부의 정적들을 처절하게 핍박 두 명의 전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쾌거를 올렸다. 선악으로 구분 악한 적을 전광석화와 같이 일격에 제압하는 식이었다. 나와 우리 편은 언제나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자기확증편향성 중독이 만들어낸 칼춤이었다. 그 끝 판 왕이 조국과 그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다. 임명이라는 자해 행위는 10월3일 광화문 국민 함성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미완에 그쳤다.

한편 관가에 불어 닥친 적폐몰이는 공조직을 경화시켰다. 공무원은 정권에 대한 충성이나 맹종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한 조직으로 훈련되어 있다. 그 조직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정권의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뿌린 씨앗의 부메랑인 것이다. 또한 2년간 27.3% 올린 최저임금은 소수 근로자의 호주머니를 부풀려 주었다. 반면에 한계선상의 다수 저임노동자와 영세사업자는 길거리로 나앉고 물가는 올랐다. 저녁 있는 삶과 일자리 늘리기 위한 주52시간제 묻지 마 강행은 그 한파를 가늠할 수가 없다.

더욱 참담한 것은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며 밀어붙인 결과다. 곳곳의 비정규직 갈등에 따른 파업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서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압권은 일자리를 시장이 아닌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국가주의이다. 공무원의 증원과 정부 산하기관 비대화를 당연시하였다. 덕분에 공무원이나 산하기관 직원은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머릿수로 전락하였다. 공조직은 행정 수요에 맞게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모든 비용은 국민 부담이며 미래세대의 짊으로 남기 때문이다. 손쉽게 공조직을 일자리 늘리기 대안으로 하면 나라 살림은 거덜 나게 된다. 이거야 말로 현대판 매관매직이나 다름이 없다.

여기에 곁들여 교실 불끄기 등 각종 가짜 일자리 양산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시장성에 대한 역행들인 것이다. 반면에 기업은 규제와 무관심에 방치되어 활력을 잃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사업 접을 묘수 찾기에 급급한 실정이란다. 이런 현상을 하이에크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치명적인 자만" 탓이라 질타하였다.

중우정치를 숙주로 한 국가권력 우선 사회는 자유와 창의의 기업가정신뿐만 아니라 자유 시장경제를 쇠퇴하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 국민의 "설마 그럴까"하는 안이한 생각이다. 쏟아내는 선심성 정책에 미혹되어 이런 엄중한 변혁에도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이다. 그러나 필연과 우연히 점철되는 역사의 향방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의 몫이다. 결국 남이 아닌 내 책임이다. 이쯤에서 대통령이 호언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 나라가 "풍요롭고 강성한 자유대한민국"임을 국민은 필즉사의 결기로 확인하고 지켜내야 한다.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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