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장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장
1인가구가 소비생활 측면에서 새로운 소비주체의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 다보스포럼에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개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국내의 경우 2013년 이미 1인가구 소비 여력이 3-4인가구보다 2배 가까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 시장에서의 소비주체가 다인가구에서 1인가구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었음을 방증한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의 경우 근거리·소량소비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편의점의 급속한 확대와 더불어 1인 소비 니즈를 반영한 초소형 가전제품, 1인 좌석 식당, 반조리 식품 등 편의성 중심 특화된 시장들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다만, 실제 소비생활에 있어 1인가구는 취약성이 매우 높다. 1인가구 소비생활 계층귀속율과 상대적 소비 박탈감을 조사한 연구(한국소비자원, 2017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1인가구의 하류층 인식율과 상대적 소비 박탈감이 가장 높게 나타나 1인가구 스스로 소비 여건에서 가장 취약한 가구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비자문제는 이러한 1인 가구의 소비생활 취약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간 소비자정책이 다인가구를 중심으로 추진돼 왔기에 소비생활 전 과정에서 1인 가구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특정 소비지출 품목(식생활, 주생활, 금융서비스 등)에 있어서의 불리한 거래조건, 주거안전망의 미흡, 피해해결을 위한 시공간적 제약 등 1인가구로서 체감하는 소비자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겪는 소비자문제와는 크게 다르다. 앞선 조사에서도 1인가구 48.0%가 소비자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가구의 소비자문제 경험율 43.4% 또는 3인 가구 38.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소비생활 분야로는 식품·외식, 주거, 교육, 금융 등에서 소비자문제 경험율이 높아 1인 가구 대표적인 취약 소비분야로 나타났다.

또한, 1인 가구 내 세대별(청년층, 중장년층, 고령층)로 소비 특성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문제 유형의 차이로 이어진다. 청년층 1인 가구는 피해해결의 어려움, 중장년층 1인가구는 계약 관련 문제, 고령층 1인가구는 구매 선택을 위한 소비교육이나 비교정보의 부족 등을 겪고 있어 1인가구의 세대별 특성까지 고려한 세심한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2020년을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그간 식생활과 주생활을 중심으로 추진돼 오던 시장 활성화 정책 외 1인가구가 현명한 소비주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소비자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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