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언 취재2부 기자
김용언 취재2부 기자
`라떼는 말이야.` 기성세대가 젊은이들과 이야기 할 때 입버릇처럼 내뱉는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꼰 신조어다.

꼰대스러운 표현을 꺼내면서까지 기억하고 싶은 건 대전 프로스포츠의 빛바랜 영광이다. 매년 아들의 손을 잡고 한화생명이글스파크와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는다.

학창시절 한화와 시티즌의 정상 정복을 지켜본 터라 아들에게도 우승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롯데자이언츠를 꺾은 한화와 포항 스틸러스를 누르고 FA 우승컵을 들어 올린 시티즌까지.

하지만 여전히 아들에게 `우승의 기억 조각`을 선물해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티즌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구단주인 허태정 시장이 `매각 카드`를 내놔서다. 지난 2일 그는 매년 80억 원에 달하는 재정 지원이 납득할 만한 성적과 평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연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비전으로 구단을 이끌 기업을 유치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허 시장의 발언을 지근거리에서 들었다. 이번만큼은 꼭 체질 개선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이후 지역 안팎에선 특정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민들은 전북현대처럼 `금강불괴`의 축구 클럽을 원하지 않는다.

2002 월드컵 16강 골든골의 기억이 아직까지 또렷한 대전월드컵경기장. 그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시티즌의 지극히 정상적인 부활을 바랄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 토미 라소다는 `내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라고 했다. 선수, 감독, 부사장까지 LA다저스에 몸담았고 팀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자신에게 투영했다.

아직 시티즌의 활로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이 상황에 대전 프로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의 아빠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지역 어린이팬 들이 자라 `나 때는 말이야`를 말할 때 만년 하위권인 시티즌과 한화이글스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이왕 매각 논의가 나온 만큼 정치적 셈법 없이 순수하게 시민과 팬들만을 바라보길 바란다.

정치적 수사가 포함되는 순간 프로스포츠는 즉각 빛을 잃는다는 단순한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김용언 취재 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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