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삶이 팍팍한데 이날만이라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려야죠" 충청권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30여 년 간 성실하게 봉직한 퇴직 공무원의 말이다.

독립유공자 복지 업무를 맡았던 그는 매년 돌아오는 3·1절.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삶은 열악했다.

하지만 엄혹한 상황에서 `자주 독립`을 외쳤던 조상들은 이들에게 있어 자긍심의 전부였다.

후손들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일부 이뤄졌지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긴 역부족이었다.

초로의 퇴직 공무원은 20여 년 전 일화를 기자에게 전했다.

"3·1절을 기념해 후손들에게 식사권을 제공했는데, 한 끼 식사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시렸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조상을 뒀지만 가정 형편은 기울고 가난이 대물림 된 것.

하급 공무원이었던 그는 상사에게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날 하루만큼은 그들의 기를 살려주자는 것이었다.

식사권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외식상품권`을 나눠주기로 했다.

예산 문제가 걸렸지만 이 공무원의 제안은 현실화됐다.

후손들은 이 상품권으로 지역 어느 곳에서나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 공무원의 아이디어는 혜안이었던 셈이다.

시간을 2019년으로 돌려본다. 비유가 적절할진 몰라도 `행정의 기본은 수요자(시민)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대전시 행정의 방향타가 시민을 향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최근 대전 도심을 뒤덮고 있는 불법 현수막을 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주요 사거리에 내 걸린 이 현수막이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 `행정의 기본`을 망각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단속 인력 부족 등을 감정에 호소할 게 아니고 시민 불편 해결을 위한 적극적 행정에 나서길 바란다.

위민(爲民)행정이라는 거창한 표현이 부담스럽다면 20여 년 전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외식상품권`을 쥐어준 퇴직 공무원처럼.

대전시와 5개 자치구 공무원들의 시민을 위한 책임감 있는 행정이 필요한 때다.

취재 2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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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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