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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인공기 마케팅

2019-09-18기사 편집 2019-09-18 08: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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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래도 그냥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텁텁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개업을 준비 중인 한 주점이 최근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건물 외벽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과 함께 인공기, 그리고 한복 차림의 북한 포스터 느낌이 나는 여성 그림까지 내걸었다.

여기에 '동무들의 소비를 대대적으로 늘리자', '안주가공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키자', '더 많은 술을 동무들에게', '간에 좋은 의학을 발전시키자' 등의 문구도 눈에 띈다.

건물 내부에도 북한 그림과 함께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 '신념의 강자: 비전향장기수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도 밖으로 비쳤다.

북한풍이 물씬하다.

흡사 북한 현지의 술집이나 영화 세트장으로 볼 만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실제 모습이다.

북한 콘셉트를 내건 '북한식 주점'이라는데, 국가보안법 논란이 일었다.

마포구청은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면서 서울경찰청에 요구했다.

국가보안법 7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 돼 있다.

경찰은 점주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점주는 이 같은 행동에 대해 "관심을 끌면 상업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문제가 커질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점주는 16일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과 인공기를 자진 철거했다.

이렇게 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어찌 됐든 이 주점은 점주의 기이한(?) 행동으로 문을 열기 전 매스컴의 이목을 받으면서 노이즈마케팅은 확실한 효과를 본 듯하다.

그러나 '레드컴플렉스'가 여전한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김일성과 김정일, 인공기를 본 6·25세대들이 느꼈을 역겨움과 불편함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미뤄 짐작이 간다.

이들에게 아직도 극복이 안 되는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인공기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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