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에서 열차사고가 나면 제일 급한 것은 상황파악이다. 철도교통관제실은 그 일을 하는 컨트롤타워인데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복구는 언제쯤 가능한지를 판단해 열차 운행상황을 조절하고 복구책임자에 통보해 복구토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차운행선상의 모든 간부들은 항상 긴장하고 살아간다. 사고가 났을 경우에 제일 먼저 현장을 달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안심하게 열차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철도에 근무하는 간부들은 퇴직하는 날까지 그렇게 편안한 날 없이 살아간다. 어디를 가더라도 가장 먼저 현장을 둘려보고 현장 시설물 상태를 파악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36년간 근무했던 코레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고복구는 퇴직 2년 전 2015년 6월 부산에서 일어난 탱크로리 화물자동차가 철길을 덮쳐 일어난 열차불통 사고다. 아침 출근길에 사고 상황을 접했다. 바로 현장에 출동해보니 언덕길에서 탱크로리자동차가 후진으로 밀려 낭떠러지 아래 철길을 덮친 상황이었다. 이 사고로 전차선용 전주를 전도시켜 경부선 가야선 모두 불통이 되고 이때 마침 지나갔던 KTX가 전차선을 파손시켜 사고여파가 커져 있었다. 난 그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넘어간 전차선 전주만 바로 세우고 탱크로리만 치우면 되는 것으로 판단해 3시간 정도 복구 시간을 잡았다. 그런데 복구 중 추가로 1.2㎞정도의 전차선이 파손돼 한 시간 반 정도가 추가 소요돼 당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복구가 오래 걸려 곤혹을 치렀다. 치밀하게 현장을 살피지 못한 책임은 온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철도를 퇴직하고 새로 일하는 곳이 코레일테크 자회사다. 코레일테크는 철도역사, 차량 청소업무를 맡고 있다.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하는 일은 여기서도 비슷하다. 작년 8월 철도역사 청소를 맡고 나서 현장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서울역에 갔더니 근무자의 휴게실은 창문이 없었고,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변변치 않았다. 사무실 겸 장비 창고는 계단 밑에 있었는데 그 안에는 다른 소속의 커다란 고정용 박스가 있어 좁고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또 분리수거장에 갔더니 악취는 진동하고 음료수 잔물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선 휴게실은 코레일에 이 사실을 알려 다른 곳으로 옮겼고, 사무실 안의 박스는 치웠다. 분리수거장은 환풍기를 달아 냄새를 뽑아냈다.

다시 온양온천역에 화장실 악취가 심하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환풍기 전원선이 탈락돼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더군다나 환풍기 자체가 화장실 규모에 비해 작았다. 환풍기를 큰 것으로 바꿨더니 악취가 사라졌다. 환경관리원이 또 하나를 제안했다. 무인역 화장실에 화장지 걸이를 두 개 설치해 달라고 했다. 두 번 갈 것을 한번만 가면 되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또 순천역에 갔다가 승강장 3군데에 둔 쓰레기통을 나가는 곳 통로 끝에 하나만 뒀더니 쓰레기통 처리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견을 들었다. 참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대전역은 쓰레기 분리수거장까지 오는 통로가 멀고 바닥이 깨어지고 고르지 않은 민원이 있어 그걸 해결했더니 일이 한층 편해졌다고 알려왔다. 강릉역은 직원 간 갈등이 심했는데 확인해 보니 현장관리자의 조직관리가 미비와 리더십 부재로 일어난 갈등이었다. 마침 계약이 종료시점이라 새 관리자를 채용해 배치했더니 갈등이 사라졌다.

올해 4월 코레일테크는 철도차량청소까지 전환 받았다. 여기저기서 근무체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기존 주간, 야간 근무조로 운영됐는데 주 52시간 준수 문제 등으로 3조 2교대 또는 5조 2교대 근무로 바꾸면서 불만이 발생했다. 그에 따른 인력부족은 물론이고 월 임금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문제였다. 버스운전기사들이 파업하려했던 점과 비슷한 사례다. 이 또한 근무시간과 체계를 조금 바꾸고 일부는 임금을 보존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있다. 열차사고나 청소현장관리나 다 같이 현장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제일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란 말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줄임말로 `우문현답`이라고 한다. 조직 관리에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우문현답이다. (코레일테크<주>) 대표이사 반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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