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형오, 대구 문희갑, 광주전남 박광태 등 눈길

부산에는 두 명의 전직 국회의장들이 있다.

김형오(71) 전 국회의장은 14대부터 18대까지 내리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무계파·무계보 정치인으로 분류되면서도 동료들로부터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아 국회의장 자리까지 오른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2012년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끝으로 정계은퇴한 그는 이듬해인 2013년 부산대 석좌교수를 맡았다. 부산 영도출신으로 경남고를 졸업했지만, 이후 서울대에 진학하면서 언론인, 외무부 공무원, 청와대 비서관 등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지역을 떠나 있었던 만큼, 은퇴후 귀향은 고향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그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후학양성과 왕성한 저작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지난 2015년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회장을 맡아 그의 사상을 전파하는데도 힘을 쏟는다. 무엇보다 지역언론사와 수시로 인터뷰를 갖거나 칼럼을 게재하면서 그의 식견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정의화(70) 전 국회의장은 경남에서 태어났지만, 부산대 의대를 졸업할 때까지 모든 학업은 부산에서 이뤄졌으며, 부산을 근거로 정치해온 토박이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마친 그는 평생 자신을 키워온 고향에 보은 하는 삶을 선택했다. (사)새한국의비전 이사장으로서 지난해부터 `민주시민교육강좌`를 만들어 운영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정 전 의장이 직접 이 강좌를 주도함에 따라 김황식 전 국무총리,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준기 서울대 교수 등 저명한 전문가들을 강사로 참여시킴으로써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원로로서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달 20일 보수진영 싱크탱크인 `플랫폼 자유와 공화`가 주최한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보수의 나아갈 길에 대한 고견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지난 달에는 `반일 넘어 극일로 아름다운 복수를 준비하자`라는 제하의 일간지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이 가야할 바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대구에선 문희갑(83) 전 대구시장의 지역사랑이 눈에 띈다. 행시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차관까지 지낸 그는 12·13대 국회의원을 거쳐 제34·35대 민선 대구시장을 역임했다. 문 전 시장은 2002년 화려한 공직생활을 끝마친 뒤 지역내 유일한 군지역인 달성군 고향마을에 집을 짓고,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 훈장이 됐다. 2013년에는 `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을 출범시켰다. `대구의 토질과 기후에 맞춰 나무를 많이 심자. 심기만 할 게 아니라 잘 가꾸자. 도심과 교외에 크고작은 숲을 만들자. 나무에 대해 공부하고 친구가 되자`라는 게 모토다. 그는 발기인대회에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 후손들이 살아갈 도시, 대구의 푸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저의 남은 삶을 모두 바칠 것"이라는 다짐도 내놨다. 지역 현안 역시 적극적으로 챙긴다. 2011년에는 `신공항 결사추진위 대규모 집회 대구명예위원장`을 맡아 민심을 이끌었으며, 이달 14일 지역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선 "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물, 로봇,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 특성상 적합하다. 하지만 이들 산업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뿌리 산업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에는 내부부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강운태·전남지사와 체신부장관을 역임한 송언종·국회의원 출신인 박광태 등 3명의 전직 광주시장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표적 원로다. 특히 박 전 시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난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유치위집행위원장을 맡아 고군분투하는 등 끊임없이 지역사랑을 실천해왔다. 이달 20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역점사업 중 하나인 `광주형일자리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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