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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강희제의 해법과 한-일 무역분쟁

2019-08-12기사 편집 2019-08-11 18: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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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신윤식 한남대 교수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촉발된 한일무역분쟁이 삼복더위 속의 한반도를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배상판결을 계기로 일본이 보복성 무역규제를 하면서 시작됐다. 급기야 일본은 지난 2일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에 한국은 WTO제소에 이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국민들도 전면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인 모습은 실종된 듯 보이며, 양국 정상이 앞장서서 서로를 맹비난하고 있다. 1965년 한일수교이래 양국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대로 가면 마치 전쟁이라도 불사 할 듯하다.

과연 이러한 접근법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봤다. 외교적인 실마리나 민간차원의 해법은 없었던 것일까. 여기 18세기 청나라와 일본 간 유사한 무역분쟁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1715년 일본막부는 쇼토쿠신례(正德新例)라는 무역신법을 제정, 청나라와의 무역을 갑자기 규제한다. 이는 청나라 무역선의 입항을 대폭 금지하는 법으로 소위 신패(信牌)라는 입항허가서를 발행, 이것을 소지하지 않은 무역선의 일본항 출입을 일절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조치로 청나라 화상 무역선의 일본 입항은 반 이하로 대폭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화인상인들의 무역 손해는 급증하게 됐다. 급기야 신패를 수취하지 못한 상인들은 청당국에 이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청원을 접수한 청당국은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되는데, 당국의 의견은 둘로 갈라졌다. 청도 무역허가증을 발급해 일본에 보복하자는 주장과 신패를 수취한 화인 무역상을 처벌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신패를 살펴본 강희제(康熙帝)는 모든 의견을 각하하고, 자국상인이 수취해 행사하는 것을 전혀 문제시하지 않았다. 일본에 외교교섭을 제안하는 일도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려줬다. '신패 발급자가 민간인인 나가사키 당통사(唐通事·통역인)이므로 이는 민간차원에서 주고받은 문서로서 당국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은 궤변이라면 궤변이다. 신례(新例)는 일본정권이 지시한 법령으로, 봉행소(지방관청)에서 화인 무역상을 불러모아 나가사키 봉행(奉行·지방장관)이 통고한 것이었다. 설사 통역인과 중국무역상 사이에 신패를 주고받은 것이라 해도 당통사는 지역장관의 지휘 하에 있는 지역인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강희제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강희제는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실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풀고자 했다. 일본의 규제에 정면 대응해 보복 무역이나 기타 정치적인 대응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본 역시 신패없이 도항한 중국 무역선에 대해 '신패는 당국이 건네준 것이 아니라 통역사와 상인사이에 주고받은 것'이라며 정부의 개입을 슬쩍 회피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신패 소동은 국가 간 외교문제로 비화되지 않고 해결됐으며, 양국은 후속 무역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역거래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청의 기본자세는 명분과 형식을 고집해 무역의 이익을 잃는다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상업의 이익과 안보의 결실을 얻을 수 있으면 좋다는 실리를 우선하는 현실주의였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훨씬 더 국제관계가 복잡하고 상호 밀접하게 얽혀있다. 국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다. 나라 간의 문제를 감정적으로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고 본다. 작금의 한일 무역분쟁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고 실리와 호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겠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큰 위협이 된다. 한번 칼이 칼집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나온 이상 무언가라도 베어야 하는 것이다. 서로 간에 피해를 피할 수가 없다. 따라서 최선의 선택은 칼집에 있는 상태에서 양자가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신윤식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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