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규제로 해결됐다고 해야 할지…참 아이러니하네요." 최근 만난 이태석 ㈜아이피아이테크 대표에게서 `얼떨떨한` 안도감이 비쳤다. 그를 처음 접촉한 건 지난달 25일.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통제 조처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정부와 기업이 당혹감 속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던 때다. 마침 취재과정에서 대전의 중소기업이 규제품목 중 하나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국내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호소는 다급했다. "일본 수입에 의존하는 플루오린폴리이미드를 수년 전 국산화한 기술력이 있다. 하지만 이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첨단소재 제품을 대량생산하지 못한다. 환경법 규제 때문이다. 안 된다면 해외로라도 회사를 이전해야 한다."

의자를 바투 끌어 앉고 취재를 시작했지만 후회막심이었다. 생경한 화학물질과 첨단제품은 머리에서 그려지지도 않는 것이었고 화학물질 등록·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위험물안전관리법, 건축법, 연구개발특구 육성특별법 그리고 각 모법(母法)의 시행령, 지자체 조례가 난마처럼 얽혀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기업에게는 넘고 넘어도 끝이 없는 규제의 허들 달리기다. 기사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보도 당일 대전시 규제관계부서가 업체를 찾아 애로사항을 파악, 허태정 시장에 보고했다.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도 거들고 나섰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이 대표와 장시간 무릎을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국무총리실에서도 연락을 취해 전후사정을 듣고 이번 규제 사례를 총리에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문턱 높은 기관들이 너도나도 돕겠다하니 지역 중소기업인은 `얼떨떨` 할밖에. 이 대표는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도 후 불과 열흘 남짓 만에 현행 법적 규제가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첨단소재 생산에 필요한 특정 화학물질을 연간 60-70t가량 쓸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업체는 화관법 규정에 따른 간이장외영향평가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특정 화학물질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전기차, 리튬이차전지 같은 에너지 등 3대 첨단분야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길이 열린다. 안하무인 일본에 맞서는 `소재 국산화`의 첫걸음인 셈이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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