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과중한 업무지시, 폭언, 폭행, 퇴사종용, 보복, 복종 강요, 무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힙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달 16일 시행된 뒤 현장 곳곳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 일주일 동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메일 등을 통해 접수된 제보는 총 565건이었다. 상담이 없는 주말을 빼면 하루 평균 110건의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법 시행 이전 평균 65건에 비해 7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되는 이메일 제보만 무려 100건이었다.

제보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가 61.8%에 이를 정도로 다수를 차지했다. `중졸을 뽑아도 너보다 낫겠다`는 모욕이나 `정비기사들에게 김장 5000포기를 담그게 한다`는 등의 제보 내용은 이 사회가 여전히 계급사회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 이면에 지배와 예속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주인과 노예 관계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오늘날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불협화음은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두고 벌어지는 일종의 혼돈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노동법으로 인해 사용자는 권위 행사를 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생겼으며 노동자는 인간다운 생활과 생활권을 보장받게 됐기 때문이다.

사회 변화를 대중 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간극,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법망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으리라 본다.

직접적인 처벌 외에도 법안 개정으로 인한 가시적 효과도 기대된다.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려던 사람들도 자신이 하려던 행위가 온당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관료적, 계급적 구조를 띠는 현대사회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누구나 권위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나의 권위 행사가 누군가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자각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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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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