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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행운에 대한 짧은 감상

2019-07-29기사 편집 2019-07-28 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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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과학은 국민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반해 과학을 배우고,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과학 분야가 얼마나 방대한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과학에 그나마 조금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과학이론 중 한 가지만 선택해 공부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식으로도 과학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혹시 이런 방법을 시도해 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다윈의 진화론을 추천한다.

다윈은 1859년 저서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에서 진화론을 주장했다. 여기서 핵심은 자연선택(自然選擇)에 의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이다. 즉, 생물은 본래 미미하게 변이하기 마련인데 그 변이가 조금이라도 생존에 유리하면, 그 개체는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고, 이렇게 몇 만대가 지나게 되면 그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생존경쟁이 곧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일반인도 수용하기 쉽고, 때문에 적용시킬 수 있는 분야도 아주 넓다.

이러한 영향 덕분에 경쟁의 원리로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사회다윈주의(Social Dawinism)가 일세를 풍미했고(나치의 유태인 학살이 최악의 왜곡인데, 물론 지금은 사라졌다), 진화심리학 등 인접 학문도 생겨났으며, 현대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진화의 증거가 보강되고 있다. 또 2008년 다윈 탄생 200주년 즈음에 영국의 성공회는 지난날의 오해와 잘못된 대응에 대해 사과했고, 이후 교황청이 후원하는 '종의 기원' 학술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진화론은 생물학 이론이지만 다른 학문 분야는 물론 사회, 종교 등과 다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통합적으로 파악한다면 과학의 목적과 이상, 출현과 역할을 감지할 수 있다. 이것이 수 많은 과학이론 중에서 단 한 개만을 골라야 한다면 그것이 진화론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

다윈의 전기를 쓴 저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점이 있다. '다윈은 행운아'라는 것이다. 그는 살아생전에 이미 생물학계에서 업적을 인정받았고, 죽어서는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안장되는 영광을 누렸으며, BBC방송이 선정한 역대 위대한 영국인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에 와서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생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찰스 다윈은 1809년 영국 슈르스베리의 부유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평생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관심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대학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의과대학과 신학부에 두 번이나 들어갔지만 다 걷어치우고 생물학 연구에 일생을 보냈다. 게다가 부인 엠마와의 결혼생활은 행복했고, 10명의 자녀도 뒀다. 엠마의 현명한 내조 덕분에 다윈은 거의 1년에 한 권씩의 저서를 발표하는 학문적 실적을 쌓았다. 또 평생을 살아온 런던 교외의 조용한 오솔길을 따라 산책하며 사색에 잠겼고, 저녁에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가끔 학회에 참석해 학자로서의 좋은 평판도 유지했다. 인간으로서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행운을 거머쥔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는 늘 유쾌한 이야깃거리다. 그런데 심드렁한 소시민의 인생에 행운은 가능한가. 또 우리 평생에 행운의 꼬리라도 잡아 볼 수 있을까?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집에 슬쩍 들어와 밥만 얻어먹고 가는 길고양이가 있다. 그 보답으로 가끔 의기양양하게 쥐를 물어다 놓고 가기도 한다. 이 아이를 보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행운처럼 느껴진다. 또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보면 그 시절을 견뎌낸 것이 행운이다. 병원에 문병을 가보면 큰 병에 걸리지 않은 것이 행운이다. 별스러울 것도 없는 하루를 보낸 우리는 모두 큰 선물을 받은 행운아다. 조정미 대전대 혜화 리버럴아츠 칼리지(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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