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 전담운영법인(SPC)의 연내 설립 계획이 무산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담운영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정부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국내 금융사들에게 협조를 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돼 잠정적으로 SPC 설립 업무를 중단했다. 제로페이 사용은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올 해 4월 기준 제로페이 하루 평균 결제액은 고작 8418만 원으로 신용카드사용 규모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실패는 아니다. 지난해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가맹점 숫자는 20만 개를 넘어섰고 결제실적도 1월에 비해 11배가 증가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지만 희망은 보인다.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상충된 견해가 존재한다. 한 쪽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카드사들의 영업환경을 구축(crowd out)한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장기적으로 카드사들의 수수료를 크게 낮춰 경제 전체에 양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제시한다. 과거를 보면,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 된 데는 정부의 노력이 제일 컸다. 하지만 신용카드사의 활동은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보다는 지대추구 행위에 가까워 정부가 나서서 제로페이를 추진하는 데는 정당성이 확보된다.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편익 제공이 첫 번째고, 제로페이에 가입한 소상공인 및 경제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유인제공이 두 번째다.

제로페이는 소비자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유인으로 소득공제를 제공한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신용카드와는 달리 은행 계좌 이체 방식이어서 신용카드 사용에 이미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용공여 및 부가서비스 혜택을 제공해야만 한다. 무이자 할부나 신용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야 소비자들의 이용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와도 관계가 있는데, 대부분 소비자들은 기존 페이서비스에 신용카드를 연동시켜놓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로페이를 이용할 때는 기존 페이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므로 추가적으로 은행 계좌를 연동시킬 필요가 없다면 생각보다 큰 편의를 제공한다. 또 현재 제로페이는 QR 코드 형식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데, 이를 완화해 앱에서 앱으로(App to App) 결제가 이뤄지는 것도 가능하도록 여신전문금융법을 개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또 앞으로는 유통산업이 모바일로 변모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서비스가 크게 융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카드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을 하게 되면 소비자들에게는 큰 혜택이 될 것이다.

소상공인이 제로페이 가맹점에 가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형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현재 은행들은 제로페이 이용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현행 제도는 은행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다. 물론 은행금융공동망의 현행 수수료 체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결제망을 제공하는 업체의 등장을 유도하던지 아니면 민관 공동으로 새로운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더 낫다. 이를 위해 결제 서비스 관련 금융시장 진입요건 완화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소상공인과 정부, 그리고 금융기관 등이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도입해 새로운 결제망을 구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블록체인 상의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신용평가 기업이 자연스럽게 출현하게 돼 소상공인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로페이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 부디 중기부와 정부가 조금 더 정교한 플랜과 의지를 가지고 일을 추진하길 기대해 본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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