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잔하며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대신 지난 주말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이번엔 정말 읽겠다`며 큰맘 먹고 서점에 가지만 어떤 책을 봐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잘 팔린다는 책들의 순위를 매겨놓은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보아도 어쩐지 내 취향은 아니라 그냥 포기하고 만다. 독서인구가 매년 줄다보니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을 손에 들고 가는 사람을 보면 눈길이 가는 지경이 됐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 공허를 채워줄 만한 공간이 있다. 바로 독립서점이다.

동네 골목마다 자리잡은 이 작은 서점들이 독서인구 감소라는 만성적인 재앙에 맞서 단단한 독서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책방지기`들은 이곳을 서점을 넘어 좋은 책과 시원한 맥주, 지적 대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꾸며 대안을 찾았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알려주거나 요즘의 관심사를 말하면 키워드에 맞는 책을 인공지능보다 정확하고 다정하게 추천 해준다. 주에 한 번은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저자가 책방을 방문해 북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한번 감동을 느낀 사람들은 지인을 데리고 다시 재방문하는 선순환을 거쳐 책 읽는 사람들을 늘여갔다.

대전 중구에서 만난 한 독립서점 대표는 대형서점과 온라인 중고서점의 등장보다 책 읽는 인구가 줄었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라고 했다. 조용하지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시민들이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더 나아가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도 기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대전에 부는 독립서점 `바람`을 `돌풍`으로 키우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다.

대덕구가 향토서점을 살리겠다며 이달부터 시작한 `책을 펴자` 캠페인은 첫시도는 돋보였지만 소극적이었다. 지정된 서점 4곳에서 책을 사면 반값으로 할인해준다는 것이 골자인데, TF팀을 꾸려 정한 책 6권에 한정돼 있고 선정 기준을 알 수 없어 동네서점을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갈수록 취향이 뚜렷해지는 독자들을 사로잡기는 역부족이다.

동네서점들이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공의 투자에 힘입어 독서인구 감소와 치솟는 임대료를 뚫고 대전시민들의 사랑방으로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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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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