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피하는 것은 가능한가?`,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고3 학생들 가운데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학생은 몇이나 될까? 정해진 답만 요구하는 교육과정과 평가 틀 안에서 자란 학생이라면 고도화된 사고가 필요한 문제를 보고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처럼 입시 위주로 획일화된 교육에서 탈피하고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개성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지정된 것이 자사고다. 그런 자사고가 최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고교평준화 정책에 따라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자사고는 일반고로의 전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교육의 수월성 저해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며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자사고 졸업생들은 국제사회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맨 처음 제시한 질문은 지난달에 실시된 프랑스 대입자격시험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로 출제된 것들이다. 자사고 졸업생들 가운데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다른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원래 목적과 달리 입시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자사고를 졸업해도 질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교육과정이 아닌 단순 암기와 계산만을 요구하는 수능·내신 평가 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가 국제 사회의 경쟁력 판단의 절대 척도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바칼로레아와 함께 미국 SAT 등 주관식·논술 평가를 거쳐 고도의 사고력을 쌓은 학생들과 겨루기에는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아무리 다양한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이더라도 자신의 개성·사고력을 드러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닌 것이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문제로 국내 교육계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진정으로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길러주고 국제 사회 속에서 이들의 경쟁력을 갖추길 바란다면 고교평준화 문제보다는 현 교육체제의 근본적 문제점인 `평가`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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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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