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여타 동물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이성`의 유무로 봤다. 꽤 그럴 듯한 표현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이성적 판단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상당히 발달한 편이다. 인간을 제외한 포유동물들의 경우 대뇌피질의 주름이 인간에 비해 덜하고 표면적도 작은 편이다. 전두엽 내 복잡하게 주름진 대뇌피질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대뇌피질의 주름 정도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인간들이다. 이들이 술에 취해 운전대까지 잡는다면 의구심은 더욱 짙어진다.

지금껏 사회부 기자로 있으면서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 두어 번 동행한 적이 있다.

첫 음주운전 단속 현장이었던 지난해 11월. 당시 단속에 적발된 한 음주운전자는 차량을 버리고 도주를 시도했고 또 다른 운전자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경찰에 어깃장을 놨다.

지난 25일 시행된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도 주취자들의 행패는 여전했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한 운전자는 지난해 단속 현장과 마찬가지로 음주 측정을 거부하며 거듭 물을 요구하는 등 으름장을 놨다.

특히 음주운전자의 지인들이 경찰들을 상대로 벌이는 추태는 가관이었다. 이들은 운전자가 음주측정을 4차까지 거부하며 시간을 끄는 동안 인근 편의점에 가서 음료를 사와서 제공하려 했고, 이를 제지당하자 언성을 높이며 경찰들을 나무랐다.

술은 이성적 판단과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에 영향을 미쳐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성에 눌려 있던 본능적 충동과 공격성향을 증가시킨다. 확실히 단속 현장의 주취자들은 알코올로 인해 대뇌피질에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해보였다.

경찰에게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던 그들의 입에서 어느 순간 `인권침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인권이란 개인이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이들은 여기서 말하는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행사돼야 함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단속 현장에서 주취자들에 속수무책 시달리기만 하는 경찰을 보고 있자니 맥락은 다르지만 문득 최영미 시인이 1993년 등단 직후 썼던 시가 생각났다. `…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 경찰들은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말 그대로 `밥`이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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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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