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사에서 프로파일러는 정황이나 단서들을 분석하여 용의자의 성격과 행동유형, 성별이나 직업, 취향 등을 추론하고 범죄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들을 찾아낸다. 이러한 수사기법을 프로파일링이라고 한다.

그런데 범죄자가 아니라 소비자를 추적하는 프로파일러들도 있다. 이들은 흩어져 있는 소비자의 흔적을 모으고 분석하여 개별 소비자를 특정하거나 소비행동 특성을 추론한다. 이러한 프로파일링 기법은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어떤 상품을 얼마의 가격에 구매할 것인지를 예측하는데 활용된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 내에 프로파일링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고 그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정보나 신용 정보는 물론이고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 방문 이력, 인터넷 검색 내역, 위치정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 소비생활 정보가 프로파일링의 정교함을 높이는 재료이기에 사업자는 최대한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여 활용하고자 한다.

1950년 냉전을 전후한 국가 통제 중심의 전체주의 사회를 풍자한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주민을 통제하는 절대 세력이 사용하는 슬로건이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어쩌면 소설에서 등장하는 국가권력과는 다른 차원의 빅 브라더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장차 목표는 소비자가 생활하면서 생성하는 모든 정보로 개별 소비자의 퍼즐을 빈틈없이 완성하여 미래의 소비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일 수 있다.

프로파일링은 이미 맞춤형 광고나 상품 추천과 같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고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환경에서 소비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프로파일링에 활용될 수 있음을 미리 알 수 있어야 하고, 원하지 않으면 개인정보의 제공과 활용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파일링처럼 새로운 유형의 기술을 개인정보와 결합하는 다양한 마케팅으로부터 소비자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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