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대전시 교육청 시민감사관으로 교육청의 일선 학교 감사에 건축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학교 전체를 안팎으로 둘러보며 개선이나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문제 있는 부분의 보완조치를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에게 감사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대전시의 교육정책에 고마움을 느끼고 신뢰를 하게 된다.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건축전문가로서의 역할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학교 시설물들을 둘러보면서 많이 아쉬웠던 점은 필자가 초·중학교를 다니던 30-40년 전의 학교 공간 구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 이었다. 물론 시설 면에서는 기능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깨끗한 급식실이 생겼고 체육관이 별동으로 잘 갖추어져 있으며, 화장실도 깨끗한 수세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한쪽에 긴 신발장 딸린 복도가 있고 거기에 교실이 일자로 매달려있는 구조는 그대로 이다. 마치 교도소나 군대의 획일적이고 통제가 용이한 공간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그동안은 기능적으로 부족한 부분의 확충에 치우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기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지속적인 투자로 이 부분은 많이 개선되고 확충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 교육시스템과 함께 발전해야할 공간구성과 구조, 형식은 선진 외국의 그것과는 차이가 크며, 국내의 다른 공공기관 건물에 비교 하여도 건축적으로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 이다. 그것이 예산의 부족 문제인지, 예산을 집행하고 감독하는 발주청의 문제인지 일을 직접 맡아하는 건축사들의 자질 문제인지는 곰곰이 따져 봐야 할 문제이다. 이런 점을 정부에서도 인지했는지 교육부는 지난 1월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교공간혁신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900억 원, 향후 5년간 총 3조 5000억 원을 투자하여 1250여 학교 공간을 미래 지향 적인 시설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교육공간의 개선에 눈을 돌렸다는 점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학교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꾸려면 마감재를 예쁘게 바꾸는 리모델링 수준에 머무르면 안 될 것이다. 교육 시스템과 공간구조가 함께 어우러져 바뀌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학부모, 건축, 교육전문가가 어우러져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간을 구성하고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급하게 그리고 형식적으로 세워진 예산을 소비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예쁘게 마감재만 바뀐 공간만 남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사고와 인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건물에는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선진 외국의 아이들처럼 보다 열린 사고와 창의적인 인격체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학교 공간의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에 관련 전문가인 건축사들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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