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원에 경제·사회 인프라 시급

도심 모든 건물은 르네상스시대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듯 개성 넘치게 아름다우나, 온통 하얀 색 뿐이다. 인터넷은 되지만, 일부 허가된 사이트에만 접속이 가능하다. 중앙시장에서조차 조그마한 쓰레기도 찾아볼 수 없고, 도로 중앙선까지 청소하는 전담 인력이 있다.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16-23일) 첫 방문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이하 투르크멘)의 수도 아슈하바트의 모습이다. 특이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구(舊) 소련 붕괴로 1990년 독립한 이래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최고통수권자는 딱 두 명 뿐이다. 1991년 독립 이후 첫 국민투표를 통해 당선된 니야조프 전 대통령은 2006년 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숨질 때까지 16년 동안 장기집권했다. 당시 부총리였던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7년부터 현재까지 3번의 대선을 치렀는데, 압도적인 득표율(1차 98.9%, 2차 89.2%, 3차 97.7%)로 연임 중이다.

상대적으로 덜 낯설다고 여겼던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 카자흐스탄(이하 카자흐)도 새롭게 보였다. 우즈벡의 경우 국토면적은 카자흐의 1/6에 불과하나, 인구는 중앙아시아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3240만 명에 달한다. 최대 인구 보유국이자, 중앙아시아 내 각종 외교문제를 적극 주도함으로써 이 지역 대표국으로 꼽힌다. 카자흐는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경제부흥에 집중한 덕에 GDP(국내총생산)가 중앙아시아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경제중심이다. 1인당 GDP는 9977달러로 우즈벡 1326달러의 10배에 가깝다. 이들 국가의 주요 도시들을 둘러보면서 이 같은 수치의 실체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들 역시 투르크멘과 마찬가지로 통치자의 장기집권과 강력한 리더십이 눈에 띈다. 카리모프 우즈벡 초대 대통령은 1991년부터 2016년 향년 78세로 서거할 때까지 25년 동안 절대권력을 행사했다. 카자흐에선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1991년부터 지난 달 사임할 때까지 약 30년 간 통치했다. 그는 지난 달 19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임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을 맡아 여전히 국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6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선 그가 지목하는 후계자가 등극할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평가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 3개국은 분명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다. 풍부한 자원에 비해 경제 인프라는 물론 의료를 포함한 사회서비스 시스템도 열악해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의 진출 기회 및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이들 3개국은 공히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막강한데, 이들이 유독 한국에 우호적이라는 게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대목이다.

물론 기대만큼 성과를 내려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최고지도자의 권위가 막강한 만큼, 정상간 `탑 다운`방식이 중요하지만,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간 관료 및 발주처 등의 역할도 만만치 않다는 게 중앙아시아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현지에서 만난 기업인은 현 단계를 `국가간 거시적 틀이 마련된 수준`으로 평가하며, 우리 정부와 민간 대기업들이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新) 북방정책의 성패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신북방정책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한 가지 더 있다. `기회의 땅`과 함께할 기회가 공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과 대기업 위주가 아니라, 중견기업과 지역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대기업의 몫을 나눠주라는 게 아니다. 탁월한 기술력과 경험이 있어도 관련 정보 부족으로 기회를 얻지 못한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행·재정적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문기간 중 `친구가 있으면 어려운 길도 쉽게 간다`는 투르크멘 격언을 인용하며, 상호 호혜적 협력체제 구축을 기반으로 한 공동번영을 강조했다. 한·중앙아시아 공동번영에 앞서, 중앙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호혜적 협력을 통해 어려운 길을 쉽게 해쳐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