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미국 오하이오에 있는 혼다 오하이오 공장은 1980년대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를 회복시킨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공사례로 기록된다. 이 공장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각 주는 치열한 경쟁을 했다. 특히 오하이오 정부가 제공한 세금감면, 인프라 제공 등 유치 인센티브의 과도함은 1990년대 미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기업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던 지방정부 노력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으로 까지 연결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엔터프라이즈 존(Enterprise Zone) 정책을 통해 입주기업에게 세금, 보조금, 인프라, 행정지원 등 복합인센티브를 제공해 국내 다른 지역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요시책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결국 기업과 고용의 지역 이동에 불과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유치 지역의 고용 창출은 배출 지역의 고용감소와 상계되어 경제의 총량에서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주장이었다.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지역경제 발전기획 박사 공부를 하고 있던 필자에게 지방 정부의 기업 유치가 지역 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서도 윈-윈 게임이라는 논리를 찾아내는 것은 절박했다. 환율이 1달러에 2000원 하던 IMF 경제위기에서도 외국은행에서 생활비를 빌려가며 버티던 유일한 이유는 철저한 균형발전 논리로 무장해 복귀한 후, 그때 까지만 해도 효율과 거점성장, 낙수효과 논리 등 70-80년대 한국 압축성장의 성공 논리가 여전히 주도하던 정부 내에서 균형발전론자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해보자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사 논문 제출을 위한 전공시험에서 이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고 필사적으로 논리를 찾았다. 여러 가지 논리 중에서 딱 한 가지만 소개하면 `같은 1달러라도 이 돈을 쓰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효용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소득 10만 달러의 사람에게 10달러는 작은 돈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10달러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빵도 되고 백신이 된다. 만약 잘 사는 지역의 기업이 낙후지역으로 이동해서도 생존하고 또 기업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정책을 잘 할 수 있다면, 그 기업 이전으로 인한 낙후지역 주민의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경제총량에서 GDP는 변화가 없더라도 사회 전체의 효용은 증가한 것이다.

시험에 뒤따른 질의에서 매일 학교 내 작은 일자리라도 찾고 있던 필자와 교수가 느끼는 100달러 효용의 크기를 비교하며 지역 간 기업의 재배치 및 균형발전이 계층 간 분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한국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지방정부 간 노력은 여전히 치열하다 못해 결사적이다. 심지어 지자체장의 능력에 대한 평가로도 연결된다. 때로 지방자치가 불러온 지역이기주의와 지역갈등이라고 공격받기고 한다. 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런 노력이 결코 국가전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제로-섬 게임으로 폄훼되거나 심지어 지방자치 불필요론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다. 단지, 유치를 위한 불필요한 재원의 낭비나 실패 지역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장치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 자체 재정의 투입이나 여타 인센티브의 제공정도가 높을수록 지역에 전략사업 배정을 유리하게 하는 정부의 재원배분방식은 경쟁유도라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지방정부의 경쟁을 지나치게 유도하여 행·재정적 역량을 정도 이상으로 소모하게 하지 말고 때로는 중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균형지표를 가지고 결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부익부 빈익빈을 막고 경쟁후유증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나 기업을 그곳에서 제대로 되게 하는 자치열정과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행정과 주민, 지역시민사회, 언론 등 지역의 거버넌스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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