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중 혜광 스님
원중 혜광 스님
오늘은 일요일. 일요법회가 있는 날이라서 난 설법 준비에 바쁘다. 내가 불교의 중요한 행사일에만 법회를 하지 않고 굳이 매주 일요법회를 하는 이유는 부처님의 말씀을 더 자주 듣고, 그것을 평소 생활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신도들의 바람에 따른 것이다.

절기로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이른 봄인 까닭에 꽃샘추위가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암사에는 많은 신도님들이 오신다. 모두 반가운 얼굴이라서 뵙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처럼 많은 신도님들이 절에 와서 법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의 사연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결국은 행복한 삶을 얻고자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행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짧은 순간 스쳐가는 즐거움과 평상시에도 길게 누릴 수 있는 평온한 행복이 그것이다. 물질적인 즐거움이 대부분 전자에 속하고, 정신적인 평안이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

우리가 입고 싶어 하던 비싼 옷을 사고, 타고 싶어 하던 더 좋은 차를 사고, 살고 싶어 하던 필요 이상의 넓은 집을 사는 모든 것이 물질적 즐거움에 속한다. 물론 이 즐거움도 우리에게 적지 않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즐거움은 중독성이 있다. 비싼 옷을 샀어도 더 비싼 옷을 보면 내 옷이 평범하거나 구식으로 보이게 된다. 새 차를 샀어도 3개월 정도 지나면 옆으로 지나가는 더 크고 비싼 차가 눈에 들어오고 그 순간 감동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새로 이사 온 넓은 집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만족을 위해 즉,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힘들여 쌓아 올리려는 물질적 즐거움의 유효기간은 매우 짧다. 또한 타인을 만날 때도 그 사람이 소유한 물질로만 그 사람을 평가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름으로써 그 사람과의 아름다운 관계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온한 행복은 다르다. 유효기간이 없다. 평온한 행복은 진리를 기반으로 한다. 평온한 행복은 집착을 하지 않는다. 특히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런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진리를 실천하고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끼는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식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식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깊은 행복감을 느낀다. 심지어는 화암사 주지인 나와 차를 나누어 마시는 것조차도 큰 행복으로 여긴다. 이러한 행복은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고 그 기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남들과 비교할 것도 없기 때문에 타인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삶은 바로 앞에 놓인 신기루 같은 물질적 목표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내가 온전히 주인이 돼 살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항상 감사해한다. 이러한 관점은 타인을 볼 때도 그 사람이 소유한 물질이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지혜를 갖게 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불교의 매력이다.

부처님 경전에 보면 부처님이 물질이 아닌 그 사람의 성실함만을 보고 제자로 삼는 사례가 나온다. `니다이`는 거름을 푸는 인부였다. 어느 날 부처님이 여러 제자를 거느리고 니다이가 사는 동네에 오시게 됐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뵙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그날도 니다이는 똥통을 메고 그것을 먼 곳으로 버리러 가다가 때마침 저쪽에서 인자한 발걸음으로 오고 계시던 부처님과 맞부딪치게 됐다. 깜짝 놀란 니다이가 부처님을 올려다보자 부처님의 수려한 용모와 거룩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니다이는 부처님을 더 가까이서 뵙고 싶었지만 자신의 초라한 행색이 부처님께 오히려 누가 될 것 같아 샛길로 피하게 된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자신이 부처님을 피해 다른 길로 가도 부처님이 항상 자신의 앞에 나타나계신 것이다. 니다이는 자신이 피할 수 있는 길을 허락해달라고 부처님께 간곡히 말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너에게서 갸륵한 마음씨의 향내가 몸에서 풍기도다. 헛되이 스스로를 낮추지 말라"며 부처님의 제자가 돼줄 것을 말씀하신다. 이후 니디아는 부처님의 중요한 제자 500명 가운데 한 명이 되게 된다. 부처님은 이처럼 외적인 풍요로움보다는 내적인 겸손함과 성숙함을 가진 사람들을 제자로 출가시켰다. 아마도 불교의 상징꽃이 진흙속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인 것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오늘 설법에서 나는 우리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과 함께, 늘 평온을 느낄 수 있는 내면의 행복을 찾아서 더 정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릴 예정이다. 아마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의 상황에서 자기의 소명을 찾고,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함께 공존한다면 내면의 행복은 저절로 따라 올 것이다.

원중 혜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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