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황 충남연구원장
윤황 충남연구원장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충청남도 역사의 현장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당시 충남지역은 현재의 대전광역시(당시 대전군)와 세종특별자치시(당시 연기군)도 포함된 곳이다. 이 지역에서는 3월 3일 예산·대전, 5일 논산, 7일 홍성을 포함해 4월 9일 청양, 10일 서산, 17일 보령 등에 이르기까지 도내 전역에서 3·1운동이 일어났다.

특히 충남지역에서 일어난 1919년 4월 1일 공주·아산·논산·연기(세종특별자치시)를 비롯해 2-5일 당진·예산·홍성·서산, 6-10일 청양·부여·홍성·서산, 그리고 4월 17일 보령에서의 3·1운동은 어떤 공통적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에 관한 해답은 한 마디로 3·1운동에 참여했던 민중들이 횃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시위, 즉 `횃불민중독립만세운동`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충남지역의 3·1운동에서 횃불민중독립만세운동이 발생한 곳은 현재 자료상 1919년 3월 23일 연기군(현재 세종특별자치시)에서였다. 이곳의 횃불독립만세운동은 충북 청주 민중들의 대규모 연대연합동참으로 횃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독립만세를 외쳤던 것이다. 이어서 연기군의 횃불독립만세운동은 3월 31일까지 계속됐다. 이 사이에 3월 24일 서산, 25일과 29일 대전, 30일 천안, 31일 아산과 서산 등에서도 횃불민중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그 뿐만이 아니다. 4월에 들어와 충남지역의 횃불민중독립만세운동은 4월 1일에 공주·아산·논산·연기, 2일 공주·아산·논산·당진, 3일 공주·아산·예산·논산·당진, 4일 예산·홍성·당진, 5일 서산·당진, 6일 청양, 7일 홍성·청양·부여, 8일 홍성·서산, 10일 서산, 17일 보령 등지에서 가열차게 일어났다.

이 같은 충남지역의 횃불민중독립만세운동은 다음과 같은 민중·시민운동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남녀노소 기층민중들이 함께 횃불을 들고 적극적·자발적·평화적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점이다. 둘째, 충남의 전 지역에서 민중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횃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점이다. 셋째, 충남의 민중들은 인접한 군과 마을, 도와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대연합으로 횃불을 들고 대한독립만세운동을 평화적으로 전개했다는 점이다.

이상의 의미는 지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017년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민주공화제 역사의 시민혁명사에 그대로 유지돼 온 것이다. 예컨대 이승만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4·19혁명,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의 종언을 앞당기는 1979년 부마민주항쟁,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단명을 담보시킨 5·18민주화운동,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연장을 막은 1987년 6월 시민항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이룬 2017년 촛불시민혁명은 근원적으로 3·1운동에서 발화된 횃불민중독립만세운동의 맥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 민중·시민들이 3·1운동 이후 지난 100년 동안 민중·시민운동론에 기초한 평화운동을 줄기차게 추구해오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 충남지역의 3·1운동이 횃불을 들고 평화를 외쳤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지난 100년을 넘어 다시 횃불을 들고 평화를 외치자! 한반도 분단을 넘어 통일의 그날까지 충남에서부터 횃불을 높이 들고 평화를 외쳐 보자!

충남의 이름난 독립운동가들 뿐만 아니라 3·1혁명, 항일의병, 항일운동, 항일전투, 의열투쟁, 임정건국활동, 광복군활동, 계몽운동 등에서 함께 참여했던 이름 없는 민중들 모두는 바로 오늘날 `충(忠)`의 본원지 충남, `충`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충남, 그 지역에서 대한민국 건국 100년을 지켜온 충인(忠人), 충남인(忠南人)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 분들 중 다음 몇 분의 이름을 부르며 `충남인`의 이름으로 `건국 100년`을 찬양해본다.

"한용운 선생님, 유관순 선생님, 김좌진 선생님, 윤봉길 선생님, 이동녕 선생님…"

윤황 충남연구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