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중 혜광 스님
원중 혜광 스님
불교를 믿는 많은 사람이 해탈을 원한다. 해탈이란 단어는 열반이라는 단어와 함께 불교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만일 그 의미를 안다면 불교도들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가 원하는 마음 상태일 것이다.

해탈이란 무슨 의미일까?

해탈이란 마음에 걸림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남으로써 마음이 자유로운 것을 말한다. 해탈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맺힌 것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통의 우리는 맺힌 것을 풀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풀기보다는 점점 더 옭아매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우선,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자신이 아닌 남의 탓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돌리고 불평과 불만을 한다. 때로는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오고, 처해있는 환경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것은 심리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로, 자신의 잘못된 상태의 원인을 남이나 주변으로 돌리면 자신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결국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고자 했던 타인과 주변 환경에 더 얽매이는 셈이 된다.

이럴 때 답답한 마음을 이완시키고 풀어보고자 종교에 귀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것은 해당 종교의 신에게 기도하는 일이다. 불교도라면 자신을 묶고 있는 힘들고 어려운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부처님에게 의지하고 부탁을 드리는 것이다. 기도는 종교의 상징이자 중요한 수행방법이라는 점에서 자주 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때로는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요"라는 마음과 "그 모든 운명은 부처님께서 결정해주시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어요" 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도 꽤 많다. 이런 분들은 간혹 더 영험하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그것은 불교가 주고자 하는 가르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깊이 있는 경전 공부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분들도 있다. 이들은 해탈의 길로 가려면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분들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경전에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삶의 문제들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어있다. 당연히 불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처음에는 그 어색한 표현법에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그 부분만 넘어서면 무한한 마음 세계를 설파해놓은 부처님의 말씀에 폭 젖어 드는 것이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불경은 공부하는 사람의 수준과 근기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경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수준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공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불경을 공부할 때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알음앓이`다. 즉 멋있고 그럴듯한 표현이나 선문선답을 익히는 현학적인 지식의 수준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뜻을 정작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해탈에 필요한 지혜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힘들다.

부처님 가르침 실천의 훼방꾼인 `알음앓이`를 넘어서야 비로소 나의 삶을 비춰보고 나를 묶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은 불교도에게 있어 기도와 함께 가장 중요한 수행방법이다. 불교도를 표현할 때 수행자라는 말을 쓴다. 즉 지식으로 알게 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해야만 진정으로 해탈로 들어가는 길에 들어서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다행히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느 누구라도 의지만 있다면 수행할 수 있게 돼있다. 부처님이 설파하신 유명한 "모든 사람에게는 불성이 있다"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은 그 누구라도 수행을 통해 해탈로 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아산 선사와 관련한 일화로 끝을 맺고자 한다.

하루는 아산 선사가 뜰에서 허드렛일은 있는데, 연로한 까닭에 숨을 가빠하자 옆을 지나던 한 신도가 물었다.

"선사님, 선사님은 그 많은 제자를 놓아두고 왜 직접 이런 허드렛일을 하시나요?"

아산 선사가 대답한다.

"부처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바느질을 하고, 아픈 사람을 위해 약을 달였소. 허드렛일도 다 수행의 과정이오. 이런 사소한 일을 수행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지혜가 생기는 것 아니겠소."

원중 혜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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