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학회에 논문을 투고했던 이가 원장에 응모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솔직히 하지 못했다. 사전검증을 하지 못한 채 3배수에 올랐고, 이후 투서로 확인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벌어진 원장 선임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출연연 기관장 인선이 진창에 빠졌다.

검증 단계에서부터 발목이 잡힌 ETRI부터, 전임 원장의 돌연 사퇴로 수장의 장기공백 사태를 맞은 한국원자력연구원까지.

여기에 얼마전 임기가 만료돼 인선을 준비중인 기초과학지원연구원까지 더하면 3개 기관의 수장의 자리가 공석이다.

이들 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7개 정부부처 장관 개각을 단행함에 따라 새로운 장관이 선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출연연 수장의 선임은 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인사청문회 등 장관 인선절차에 따라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인사검증 문제라는 진창에 빠진 출연연 인선이 개각이라는 변수까지 떠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돼버린 셈.

출연연 원장 후보의 자질 문제는 비단 이번 ETRI 문제만은 아니다.

앞서 2016년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이 선임될 당시에도 출연연 인선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권 원장은 표준연 원장 선임 과정에서 인사 결정권을 가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로 활동해 `셀프 추천`이라는 논란의 정중앙에 섰다.

더욱이 권 원장이 취임한 후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만다.

인사혁신처가 그가 보유하던 벤처기업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라는 권고를 내리자 권 원장은 주식 처분 대신 사임을 택했다.

셀프 추천으로 원장에 오르자마자 주식 문제로 취임 단 4개월만에 돌연 사퇴까지 당시 표준연은 홍역을 제대로 치렀다.

문제는 출연연 원장 인선체계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ETRI 인선에서 부실학회 투고 후보자가 검증치 못한 채 수장에 올랐다면 권 전 표준연 원장의 절차를 밟았을지도 모른다.

과학계 내부에서는 작금의 사태를 두고 캠코더(캠프·코드·더민주), 엽관주의 등이 횡행하며 과거 기관장 인선 적폐를 답습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부디 차기 과기정통부 장관은 홍역을 앓는 출연연 인선 문제를 개선과 보완을 통해 해결해주길 바란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정재훈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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