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고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우물을 파다가는 빠져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세상의 변화는 이미 초가속적이다. 하던 일을 반복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정보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해야 한다. 지금 세계를 이끌어가는 초일류 거대기업들은 대부분 역사가 일천한 신생기업들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백년 이상 된 기업들은 대부분 악전고투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그럴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현상이 초연결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등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은 순식간에 연결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세상이 초연결사회다. 같은 것 끼리 연결되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산업 학문 문화가 연결되어 융복합창조라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창조와 거대한 시너지 창출이 긍정효과인데 이 모든 것이 연결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직속으로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않고 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끼리끼리 뭉쳐서 칸막이를 쌓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벌집처럼 수많은 칸막이가 존재한다. 칸막이 안에서 우리 끼리 집단응집력을 키우고 칸막이 밖과는 소통 교류 협력을 외면한다. 이게 바로 끼리끼리 문화 칸막이 현상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할 때 느낀 게 있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크게 구분하는데 중앙공무원교육원은 모든 국가공무원의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예비사무관들도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임용된다. 교육받는 동안에는 틀림없는 국가공무원인데 임용 후 각 부처에 배치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공무원이 아니라 부처공무원으로 변해간다. 심지어는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되는 일도 소속부처에 부담이 되면 극구 반대하는 부처 이기주의에 빠지고 만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뿌리 깊은 칸막이문화 때문이다.

칸막이문화가 원래 나쁜 것은 아니다. 산업사회 초기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 과학적 관리는 분업이 기본원리인데 분업은 칸막이가 필수적이다. 업무 특성별로 조직을 구성하고 주어진 업무만을 하도록 하고 종합적 조정은 톱매니지먼트에서 하는 방식이다. 한가지 업무를 반복하면 숙련도가 높아지고 시간도 단축된다. 옆의 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된다. 그러나 이런 수직적 위계질서 속의 분업은 정보화사회를 거치면서 수평적 협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이 조직전체의 목표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처음부터 협력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협업경영이다. 협업을 하면 같은 자원으로도 더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지금 인류는 새로운 신문명 제4차 산업혁명에 도전하고 있다. 이 도전에서 성공하는 나라 성공하는 기업이 번영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성공하려면 먼저 끼리끼리 문화 칸막이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칸막이에 창을 내고 문을 달아야 한다. 각 분야별 전문성은 존중하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과감한 협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협업문화를 가로막고 있는 곳은 정치권이다. 패거리문화 집단이기주의에 흠뻑 빠져있다. 상대진영이 잘못한 것은 비판하고 대안을 내야 하며 잘한 것은 인정하고 협조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은 상대진영이 잘못하면 화가 나고 잘하면 화가 더 나는 심리적 병리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정권이 잘못한 것만 뜯어 고치는 게 아니다. 잘한 것은 더 훼손하고 무너뜨리려 한다. 이 패거리문화의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치권도 이제 협치를 해야 한다. 협치는 협업정치를 줄인 말이다. 협치를 하려면 여야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도 격동기지만 전세계도 대격변기에 접어들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문화와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털어내야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이제는 연결을 통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뭉치면 죽고 연결하면 산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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