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스마트교육 도입 전국적 관심

세종시 출범 이듬해 첫마을 아파트 내 한솔초등학교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전학한 학생들이 몰려 학생 초과 사태가 빚어졌다. 세종시 첫 아파트 단지란 상징 때문에 인구가 몰린 탓도 있지만 전국 최초로 도입한 스마트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더 큰 원인이었다. 이후에도 세종시 예정지역 내 학교는 스마트교육 열풍으로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도시발전은 교육이 이끈다는 말이 있다. 세종시를 비롯한 신생도시들이 자족도시를 표방하며 명품교육을 내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종은 초기 건설단계에서부터 명품교육도시를 지향했다. 세종시 출범과 함께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매력 있는 학교`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종교육의 가장 큰 자랑은 `스마트교육`의 도입이다. 디지털교과서와 스마트패드 등 최신의 정보기기를 바탕으로 지식 전달형에서 자기 주도형 교수·학습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와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해외 언론에서도 세종 교육현장을 찾아 스마트교육 우수사례를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스쿨과 학급 당 학생수도 OECD 수준인 20명 내외로 조정해 개인별 특성에 맞는 교육이 가능토록 한 것도 세종교육의 특징이다. 22개 기초생활권에 유치원·초등학교 2개교씩, 중·고교는 1개교씩 배치하는 등 2030년까지 특수학교를 포함해 168개 학교가 운영될 예정이다. 스마트교육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 연구학교 운영, 교과별 스마트교육 교수·학습 모델을 개발해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세종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긍정적이었다. 2014년 세종교육 학부모 만족도 조사 결과 긍정 66.3%, 보통 28.0%, 부정 5.6%로 나타났다. 시설 및 교육여건을 묻는 질문에는 긍정이 66.3%, 보통 20.9%, 부정 9.4%로 긍정 응답률이 부정 응답률보다 높았다. 이처럼 세종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한컷 고조된 가운데 명품 세종교육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이 일어났다. 새 학년 입학을 앞두고 고교배정 오류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목고에 입학한 학생들의 명단을 빼지 않고 학교를 배정, 중복 배정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피해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구제대책에 안심했지만 이후 교육감의 권한으로 구제받을 수 없다는 법률자문 결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사태 발생 초기 시스템 오류 탓만 하던 교육청의 무책임한 해명도 학부모들의 불만을 키웠다. 결국 고교배정 오류 사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재로 결론 나는 듯하다. 시스템 오류 탓만 하던 교육청이 뒤늦게 교육청의 실수를 인정, 담당 국장과 과장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은 것은 최교진 교육감이 보여준 무책임한 행동도 크다. 정년을 한 달 앞둔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 역시 공분을 사기에 족하다. 교육감이 배정 오류로 피해를 입은 학생을 모두 구제하겠다고 한 약속이 의욕이 앞선 교육감의 권한 밖의 일이 되면서 교육감의 책임론이 뒤따르고 있다.

교육감의 섣부른 판단과 결정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면서 교육감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교육감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곧 정책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서는 가볍게 처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는 세종시교육청의 아마추어적인 교육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교육청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마련한 구제책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세종교육의 신뢰가 곤두박질 했다.

어이없는 배정 오류에다 어설픈 대책, 원칙 없는 졸속 행정이란 오명을 남겼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세종교육이 다시 서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학교 구성원들이 용납하고 납득할 만한 대책이 나와야 가능하다. 세종 고교배정 사태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행정이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오는지 잘 보여줬다. 시민들과 학부모들은 아직도 세종 명품교육을 기대하고 있다. 교육종사자들이 스스로 명품 세종교육을 떨어뜨리는 과오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곽상훈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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