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 강남역 부근 한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10월에는 어머니를 폭행해 의식불명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두 사건의 범인은 모두 조현병 환자라고 보도됐다.

두 사건 모두 끔찍한 범죄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언론은 통상적인 살인 사건과는 다른 방향에서 보도를 하고, 독자들 역시 다른 양상의 댓글을 단다. 통상적으로 언론은 사건의 상황과 일어난 과정, 현재까지의 사건 처리경과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댓글 역시 사건 자체의 끔찍함이나 범인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범인이 조현병 환자이거나 정신질환자인 경우에는 일반적인 사건 보도와는 다르게 범인이 조현병 환자임을 가장 부각시켜서 보도를 한다. 독자나 시청자들의 댓글 역시 `조현병 환자처럼 미친놈을 왜 돌아다니게 하느냐`, `그런 조현병 환자는 사회에서 평생 격리시켜야 한다` 등 댓글의 초점이 모두 조현병 환자라는 것에 맞춰지고, 그 환자들을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시키라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는 위험한가. 유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6년 검거된 184만여 명 범죄자 중에서 조현병 환자는 82건(0.04%) 정도였다. 실제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36%로 전체 범죄율 3.93%에 3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런 연구와 통계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나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더 위험하고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필자는 30여 년간 조현병 환자를 치료해 왔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이 행동은 물론이고 말로라도 필자를 위협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불면증이 있다거나 가벼운 불안증이 있는 환자들, 즉 독자들도 한 두 번씩은 다 경험할 수 있는 증상들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거나 나를 위협을 하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진료실 내에서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우리는 조현병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실과는 다르게 두려움을 갖고 환자들을 비난하며 심지어 그 환자들을 영원히 우리로부터 격리해서 접촉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라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유아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기들은 엄마나 가족이 아닌 잘 모르는 사람을 보면 두려워한다. 이는 엄마로부터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분리불안의 또 다른 측면이다. 그래서 어린 아기들은 잘 모르는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엄마 뒤로 숨으려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유아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이 있고 권력이 있다고 생각할 때 반대로 모르는 사람을 격리시켜버리거나 그 사람을 배격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조현병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많이 볼 수 있는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우리에게는 이유 없는 비난과 배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나와는 다른 사상, 나와는 다른 이념, 나와는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도 비슷하게 배격과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성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린 유아기의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유아기의 특성에 집착하고 있을 때가 많은 것이다.

이제 성인이 되자.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내가 잘 모르는 사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념이나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두려워하거나 배격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내 안에서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할 때 이유 없는 두려움, 비합리적인 분노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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