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가끔씩 교육연수원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문제 행동과 대처방법, 상담과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강의를 한다. 강의가 끝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다. 자신의 반에도 그런 학생이 있고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것을 학부모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그런 말을 하면 열에 일곱, 여덟은 오히려 본인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다. 멀쩡한 내 아이를 왜 문제아처럼 여기냐고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집에 가서 선생님에 대한 분노와 험담을 부모에게 늘어놓은 학생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부모들의 태도와 행동이다. 부모에게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한 존재일 것이다. 또 아이를 세상의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도덕발달의 단계가 낮아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또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미숙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도 종종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능력이 잘 발달되지 않아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아픔과 상처를 주고 있는 지 잘 모를 때도 있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 과정 속에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습득하고 배우면서 사회생활에 적합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를 통해서 이뤄진다. 첫 번째는 `강화(Reinforcement)`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가 그 행동을 칭찬해 주거나 받아주면 아이들은 그 행동은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 반대로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로부터 야단을 맞거나 벌을 받으면 그런 행동은 좋지 않은 행동임을 알게 되면서 그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배우는 것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알게 된다. 특히나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것은 그대로 보고 따라하는 `모델링(modeling)`까지 하게 된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부모의 행동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지만, 어리면 어릴수록 부모의 행동은 어떤 행동이라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설사 부모의 행동이 그른 행동임을 알만큼 성장한 이후에도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행동을 닮게 된다.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만약 부모가 너는 잘못이 없다고 하거나 선생님 탓으로 돌려 엄마가 선생님을 혼내주겠다고 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했던 나쁜 행동, 자신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줬던 행동, 선생님에게 욕을 한 행동 등이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어렸을 때 형성된 도덕적 판단기준은 성인이 돼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감싸고도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이는 성인이 된 이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해 버리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며, 억울하고 화가 나면 어른에게 욕을 하고 소리를 치는 것도 괜찮은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부모가 선생님에게 폭언, 폭행하는 것을 본 아이는 그런 방법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따라하게 될 수 있다. 커서도 자신이 핀잔을 받거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그때의 엄마처럼 상대방에게 폭언, 폭행을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렸을 때 습득된 문제해결방식 역시 성인이 되어도 잘 바뀌지 않는다.

만약 이 아이가 커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을 때 남들에게 폭언, 폭행을 반복한다면, 이 아이는 사회에서 환영받는 성인이 될 수 있을까. 사회에서 타인에게 인정받으며 성공적인 삶을 사는 성인이 될 수 있을까.

부모의 눈에는 어떤 자식이든지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랑하는 내 자식에게 필요하면 내 살점이라도 떼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은 사랑하는 내 자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아이가 아파할 줄 알면서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고 그 아픔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다.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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