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논의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신설되고 국회 차원에서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정부부처 추가 이전, KTX 세종역 신설 등의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자체간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종은 2012년 7월 1일에 대한민국 17번째로 출범한 광역자치단체로 정식 명칭은 세종특별자치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당초 행정수도로 계획되었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인해 그 지위를 상실하는 등 세종이 출범하기까지 많은 논란과 갈등의 과정이 있었다. 이후 총리실과 정부부처 등 주요 행정기관 이전에 따라 출범 6년 만에 인구 30만 명을 넘어서는 도시(2018년 9월 기준 30만 8068명)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하는 측면에서는 후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객관적으로 아직 인구 30만의 소도시에 불과하다. 도시의 자족성 부족과 정주여건 미비 등이 도시발전의 제약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출장비용 증가와 행정업무의 비효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또 대전 등 인근 지역과의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출범 6년차인 세종이 실질적인 행정수도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달 업무 출장 차 캐나다 오타와(Ottawa)에 머무르면서 우리네 세종의 미래상을 가늠해보았다. 캐나다는 정치·행정 및 문화의 수도인 오타와와 경제 및 산업의 중심도시인 토론토(Toronto)가 수도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오타와는 1867년에 캐나다의 공식적인 연방수도로 결정되었다. 이후 1959년 캐나다 외교부 소속의 왕실기관인 국가수도위원회(National Capital Commission, NCC)가 설립되면서 발전이 본격화되었다.

현재 오타와는 인구 90만 명을 넘어서는 도시(2015년 기준 934,243명)로 성장했다. 캐나다 연방정부, 연방의회 및 연방법원, 100여 개 국가의 대사관이 위치해 캐나다 정치 및 외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수한 자연환경과 교육수준을 기반으로 첨단산업이 성장하면서 `북부의 실리콘벨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렇듯 오늘날 오타와는 살기 좋고 안전하며 활기 있는 도시로 성장했다.

이와 같은 성공에는 캐나다 연방정부가 NCC를 통해 기울인 노력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NCC는 캐나다의 국가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고취시키고 국가적 통합에 기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는 오타와 시청이 오타와-토론토-몬트리올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competitiveness)을 강화해왔다. 지역 간 상호협력을 통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오타와의 도시 경계는 지속적으로 확장되었다.

정치·행정시설과 문화·예술시설을 균형 있게 분산 배치해 자족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국가적 상징물과 역사적 기념비 등을 배치함으로써 행정수도의 권위와 매력을 증진시키고 신도시의 역사성 부재를 보완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인구증가 및 국내외 관광객 유치라는 부수적 효과로 이어졌다. 또한 오타와는 토론토 등 대도시와는 달리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차별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또 하나의 선택권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교육, 여가문화, 일과 직장의 균형 등에서 비교우위가 작용하는 것이다.

약 150년의 기간 동안 행정수도로 발전해온 오타와의 경험은 행정수도로서의 기능 및 자족성 보강을 위한 제도적 후속조치가 절실한 현 시점의 세종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은 중앙정부와 세종특별자치시 간의 역할 분담(수직적 네트워크), 세종과 인접 지자체 간의 상생협력(수평적 네트워크),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첫째, NCC와 같은 독립기구의 설립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향후 역할 및 세종과의 협력체계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지역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전과 충북 청주, 충남 공주 등 인접 도시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셋째, 세종만의 도시 이미지와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고 차별적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세종은 그저 또 하나의 광역지자체가 아니다. 향후 세종이 반쪽짜리 행정도시, 공무원 도시가 아닌 세계적 행정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종 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세종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행정수도이기 때문이다.

박홍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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