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병역이다. 남자면 반드시 군대를 가야 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이 병역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군대에서 썩는다`는 표현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말을 썼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 대부분은 이 말에 공감을 한다. "군대가 자기성찰의 계기니, 독립심과 책임감을 키우느니"하며 온갖 좋은 말을 갖다 붙여봤자 공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일리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썩는다`는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군복무는 할 일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한창 젊은 시기에 `나의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이다. 춥고 배고프고 힘든 생활이기도 하다. "인생의 긴 안목으로 보면 2-3년이란 기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남의 일처럼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관련이 있고 내 자식 일이 되면 달라지 게 된다. 군 복무가 그렇게 의미가 있다면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 사회지도층 가운데 미필자가 그렇게 많겠는가. 병역을 기피하려고 살을 찌우거나 자해를 해 전과자가 되는 사람은 왜 나오겠는가.

물론 입대를 기피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기피도 범죄로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종교·양심적 병역기피는 처벌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앞으로는 종교적이고 양심적이면 합법적으로 군대를 안 가도 되는 나라가 됐다. 너도나도 양심적으로 병역을 기피할 우려가 커진 셈이다. 그래서 논의되고 있는 게 대체복무제다. 국방부가 마련 중인 대체복무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최대 군복무 기간의 1.5배를 넘어선 안 되느니, 위험한 일을 시켜도 안 되느니 하면서 말이다. 복무기간이 어떻고, 복무여건이 어떻고 따지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남들은 가기 싫은 군대를 가서 힘들고 위험한 일은 해도 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안 된다는 말로 들린다. 3년 가까이 빡세게 군대생활을 한 필자의 눈엔 그렇게 비친다. 양심에 따른 `집총거부`면 집총을 안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병역제도는 나라마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엔 징병제나 군복무제가 없는 나라가 수두룩하다. 병역의무가 있어도 기간도 서로 다르다. 모두 그 나라의 상황에 맞춘 병역제도다. 우리나라는 세계유일의 전쟁 중(휴전)인 분단국가다. 외국이 어떻고, 선진국이 어떠니 하는 것도 다 부질없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의 국방 상황이 외국이나 선진국과 같다는 말인가. 상황이 다르면 병역제도도 달라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치다. 대체복무도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그동안은 이 제도가 없었다. 제도를 새로 만드는데 있어 꼭 다른 나라를 따를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법과, 국민정서를 따르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대체복무제 법안은 국회 심의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대체복무 기간이 두 배냐 세 배냐, 힘들고 위험한 일이냐 아니냐는 본질이 아니다. 무엇보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군필자들이 수긍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안이 됐든 이들과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다. `징벌적 대체복무`는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다. 입영대상자 대부분이, 아니 상당수만 이라도 군복무 대신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는 제도다. 따라서 대체복무는 군복무보다 어려워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한다. 대한민국 남자면 누구나 해야 하는 병역의무를 양심적이라는 이유로 회피하고 대체복무를 하겠다면 그 정도는 돼야 `양심적`이지 않겠는가. 너도나도 군 복무 대신 대체복무를 선택하겠다고 나선다면 비양심적인 제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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