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나 응급상황에서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간을 넘기면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응급환자의 생존율도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 안전사고에서도 골든타임은 중요하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발생 초기에 관련 부처들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이 됐다. 작년 `살충제 계란` 파동 역시 농림부와 식약처 간 정책 혼선으로 골든타임을 넘기면서 국민 불안을 증폭시켰다.

최근 소비자 안전사고는 새로운 기술이나 물질을 접목한 융합제품 등장으로 인해 사고 원인 규명이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동시에 소관이 불명확한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사고일수록 신속한 초기 대응과 이를 조정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소비자 분야 일반법인 소비자기본법상에 소비자 안전에 관한 독립된 장(제7장)과 조항들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에 관한 종합적 추진사항이나 부처 간 관계 등을 조정 또는 조율하기 위한 기준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밖에 산업부 소관의 제품안전기본법이나 식약처 소관 식품안전기본법 등 소비자 안전관리를 위한 개별법을 두고 있지만, 이들 개별법은 해당 부처 소관 품목 외의 소비자 제품에 대해서는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미국 소비자 제품안전위원회(CPSC)는 독립 행정기관으로서 1만 5000여 종류의 소비자 제품과 다른 연방기관의 소관이 아닌 소비자 제품의 안전을 관리한다. 일본의 소비자청은 소비자행정의 사령탑으로서 소비자 안전의 틈새 사안(niche issue)을 담당하며, 다른 부처나 지자체로부터 제공받은 소비자를 위해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분석해 필요한 조치를 실시한다. 이와 같이 두 기관은 산업별 종적 관리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돼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메꾸는 동시에 소비자안전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소비자기본법 개정으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격상되는 한편, 소비자정책위원회에 소비자 인신사고에 대한 긴급대응 권한이 부여됐다. 이로써 소비자 안전 컨트롤타워의 초석이 마련된 셈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소비자 안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묘안을 짜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소비자 안전사고에서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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