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의 삶은 이른 새벽에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한 몸 의지할 조그마한 방석을 펴 앉는다. 그리고 새벽의 기운을 더하고 나의 참된 삶을 위해 깊은 수행에 잠긴다. 하지만 여름과 달리 초겨울에 접어들면 아침 기온이 차다는 감각을 피할 수 없다. 스스로 놓지 않으려는 습관을 지우듯 지난 여름의 익숙함을 깨는 초겨울 추위는 매섭다. 추위를 피하고자 방석에 더해 무릎 덮개를 살며시 덮어보기도 한다. 추위라는 새로운 적응을 위해 내가 변하고 있음을 이른 새벽에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이 나도 모르는 사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생각으로 담아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일은 또 다른 일상이 됐다.

"지난 밤 잘 주무셨습니까?"

이 안부 한마디는 서로를 걱정하는 소중한 말이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자주 하거나 듣지도 못한다. 사계절이 있어 더위와 추위를 걱정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적어졌다.

더불어 항상 이 시간이 되면 걱정이 앞선다. 어렵고 힘든 이들의 겨울이 걱정이다. 오죽하면 `겨울 나기`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것일까?

이런 추위를 맞이하면 `사기열전`의 한 부분이 떠오른다.

진나라의 정치가인 감무는 자신의 뜻에 반대하던 자들에게 위협을 느껴 진나라를 피하고자 제나라로 향한다. 그 길에 제나라의 사신이 되어 진나라로 향하던 소대를 만난다.

그리고 진나라에 두고 온 가족을 걱정하며 감무는 소대에게 부탁을 한다.

`저는 진나라에 죄를 얻은 나머지 이를 두려워하여 몸을 피해 달아났지만 이제 의탁할 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부유한 여인들과 함께 길쌈을 하던 가난한 여인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가난한 여인이 부유한 여인에게 "나에게는 초를 살만한 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당신의 촛불에는 남은 빛이 있으니 그 남은 빛을 나눠 주십시오. 이는 당신의 밝음에 해를 끼지 않고 나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저는 매우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제나라의 사신이 되신 소대께서는 제나라를 위해 진나라로 가려고 하십니다. 저의 처자가 아직 진나라에 있으니 원컨대 군께서는 남은 밝음으로 그들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이를 위해 불을 밝히는 `초`가 아닌 그 빛을 나누어 서로에게 이로움을 더하는 지혜로움이 가득한 감무의 글이다. 이 글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아니 추위를 느끼게 되면 자연스레 나를 바꿔 세상과 이웃을 보게 한다. 나아가 수행자로서 가진 것이 부족할지라도 그 헤아림은 더하여야 한다는 가르침과 서원이 됐다.

이제 이웃 종교의 종소리가 거리를 채울 것이다. 그 붉은 따스함이 우리의 눈과 마주할 것이다. 아마도 거리를 메운 종소리는 내가 바라보면 감무가 바라던 더 큰 빛이 된다. 하지만 외면하듯 등 돌리면 바로 그늘이 된다. 나를 비추는 빛, 그 빛 뒤에는 항상 그늘이 생기듯 말이다. 나는 항상 마주하는 빛과 그 뒤 그늘사이에 서 있다. 다만 이를 선택하듯 나의 마음도 움직인다. 가진 것이 없다는 이기적 생각은 그늘을 만든다. 반면 내가 가진 것을 찾는 일은 행복이 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더하면 된다. 그 마음은 희망의 빛이 된다. 마치 감무가 소대에게 청한 것은 초가 아닌 초의 빛과 같은 마음을 가져 달라는 간절함이었다. 부족함으로 감춘 저마다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빛을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행자가 돼 내가 배우고 익힌 글 가운데 하나는 바로 `나의 마음이 넓고 크고 둥글고 차면 나의 집도 넓고 크고 둥글고 차느니라`라는 글귀다. 마음이 크고 넓고 둥글고 가득차야 한다. 초가 아닌 빛이 가득 차야 한다. 그 빛이 가득차면 나의 집도 넓고 크고 둥글고 가득 차게 된다. 마음을 나누어 채우면 저마다의 삶도 여유로 채워지게 된다. 부족함을 채우는 인색함에서 벗어나 감무가 바라던 그 빛을 더하고 키우듯 마음을 나누면 자연 누군가는 웃음으로 가득한 희망을 채우고 다시 이를 나누게 된다. 나아가 우리의 희망은 서로의 삶을 키우는 더 큰 인연이 될 것이다.

다시금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물어본다.

`지금 빛을 나눌 수 있을까요?`

원명 대전불교총연합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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