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경두 국방장관과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제50차 한·미 SCM을 개최했다. SCM은 한·미 간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국방관련 최고위급 협의체로서, 매년 양국 국방부가 번갈아 가며 개최한다.

이번 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호보완적 및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공동비전 논의, 북한의 `최종적·완전 및 검증가능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제재 이행,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에 기여하도록 이행,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안정에 중요함을 재확인, `미래지휘구조 기록각서(MFR) 개정안과 `한국 합참-유엔사-한미연합사 관련약정(TOR-R)` 승인,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방안 모색 등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성과는 한·미 연합사 구조를 유지하면서 전작권 전환 이후의 미래 연합사에서는 한국군이 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기로 합의한 것으로 꼽힌다. 이는 미국이 `퍼싱 원칙`을 포기한 최초의 사례다. 1차 세계대전 후반에 미 원정군을 이끌고 유럽에 도착한 퍼싱(John J. Pershing) 장군은 영·불 연합군에 합류하라는 연합국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고, "미국인은 미국인이 지휘하는 미국인 부대에서 싸운다(Americans must fight in American units under American command)"는 전통을 수립했다. 그 이후 미군이 타국군 지휘관 밑으로 들어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미국이 역사적 전통을 포기하면서까지 한·미동맹/주한미군에 높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감소"했다고 평가하고, 남·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이로써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치 등을 둘러싸고 노출되었던 한·미간 이견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수정안, 한·미 연합방위지침,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에 대한 관련약정 등 전작권 전환의 핵심이 되는 4가지 전략문서에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기본운용능력(IOC), 2020년 완전운용능력(FOC), 2021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이 완료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2022년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능력,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 3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넷째, 양국은 주한미군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한반도 무력충돌 방지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고, 향후의 안보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공동비전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50차 SCM 직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도 서명했다. 문서의 핵심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기존 한·미 연합사의 골격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 진전과 군사적 긴장완화, 전작권 전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 등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동맹관계의 이완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려는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SCM은 몇 가지 과제도 남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군이 미래 연합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다. 당장 내년도에 기본운용능력을 검증하려면 대규모 연합훈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이 훈련재개에 반발할 것이 뻔한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이다.

둘째, 유엔사 문제다. 미국은 이를 유사시에 별도의 유엔 안보리 결의가 없어도, 일본에 위치한 7개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기존의 유엔 파병국들로부터 대규모 전투력을 지원받을 수 있는 다국적군 사령부로 간주한다. 금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 유엔사령관을 누가 맡게 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다. 심지어 미래 연합사와 유엔사가 별도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분명 미국은 유엔사를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더욱 강력한 조직으로 확대·보완할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화될수록 중국에 비수를 겨누는 주한미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미래군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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