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한미군사령관에 대한 미 상원 인준 청문회

지난 9월 25일(현지시각) 미 상원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육군대장을 차기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인준하였다.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된 청문회 외에도, 사전에 상원이 제기한 질문들에 대하여 37쪽 분량의 서면답변서도 제출되었다. 일문일답과 서면답변 내용들은 향후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나아가 미·북관계의 향배를 가늠해 보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

에이브럼스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무골가문 출신이다. 그의 부친(크레이튼)은 "육군의, 육군에 의한, 육군을 위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그도 "군인 중의 군인"으로 불리는 패튼 장군형 `용장(勇將)`이다. 전임자인 브룩스 장군은 정무감각이 빼어난 아이젠하워 장군형 `지장(智將)`이다. 그래서 뼛속 깊이 군인기질이 배어있는 에이브럼스는 외교관 기질을 겸비한 브룩스에 비해 고지식하고 완고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모두(冒頭) 발언에서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당 간사)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 긴장완화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안보상황은 `위태롭고 위험한(precarious and dangerous)` 상태라며 우려했다. 이에 에이브럼스는 300일 이상 북한도발이 중단된 가운데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4위 재래식 군사력과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탄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북한의 군사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 밖에도 주요 주제에 관해 언급된 에이브럼스 장군의 발언 및 서면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이 추진하는 DMZ 내 GP 감축에 대하여, 남·북대화가 계속되더라도 DMZ 관련 모든 활동은 유엔사령부 소속 17개국과 유엔사에 의해 중재·판결·준수 및 시행되어야 한다.

둘째, 비핵화 이슈와 정전협정-평화협정 관계와 관련, 남·북 평화협정은 양국간의 직접적인 합의이며, 이는 1953년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결의안 84호에 명시된 정전협정을 배제(obviate)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남·북 합의와 정전협정 간에는 아무런 직접적 연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유엔사령부-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는 3위일체의 조직이다. 유엔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 공약의 상징이며, 유사시 한국 방위에 동참하는 국제사회 기여를 위한 전력증강의 플랫폼 역할이다. 연합사는 한·미 군사동맹의 심장(heart)이다. 주한미군사는 북한의 침략 억제, 나아가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에 필요한 전비태세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중 어느 것도 다른 2개의 사령부가 없이는 한반도 안보증진에 성공할 수 없다.

넷째, 김정은 위원장은 절대권력을 장악한 독재자다. 주민들은 처참한 빈곤 속에서 살아가며, 기본적 인권부재와 끊임없는 공포·협박에 시달린다. 김정은은 비이성적 인물이 아니다. 그가 내린 결정에는 합리성과 이성의 관찰된다.

다섯째,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겨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전임자 브룩스 사령관의 평가에 동의한다. 전작권을 넘겨받은 이후, 한국군이 한·미 연합전력을 주도하기에는 여전히 `무수한 능력의 격차`가 존재한다. 전작권 전환은 안보환경 평가를 포함하여,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건들이 완벽하게 달성된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지난 8월과 9월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연합전력의 준비태세가 분명히 `저하(degradation)`되었다. 이는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에서 감수해야 할 `신중한 위험`이다.

에이브럼스는 원칙론자로 보인다. 그가 북한의 군사위협 평가, DMZ 내 활동에 대한 유엔사의 관할소관,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간의 관계, 전작권 전환, 한·미 연합훈련 등에 관하여 언급한 내용들은 별도의 해석이나 추정이 불필요할 정도로 간결하고 명쾌하다. 상기 발언들과 서면답변 내용은 사전에 미 합참과 펜타곤, 백악관의 철저한 사전검토와 협의를 거쳤을 것이다. 리드 의원에 의하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를 동시에 진전시키는 것은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모순어법(oxymoron)에 가깝다.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서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면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미래군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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