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한미군사령관에 대한 미 상원 인준 청문회
에이브럼스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무골가문 출신이다. 그의 부친(크레이튼)은 "육군의, 육군에 의한, 육군을 위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그도 "군인 중의 군인"으로 불리는 패튼 장군형 `용장(勇將)`이다. 전임자인 브룩스 장군은 정무감각이 빼어난 아이젠하워 장군형 `지장(智將)`이다. 그래서 뼛속 깊이 군인기질이 배어있는 에이브럼스는 외교관 기질을 겸비한 브룩스에 비해 고지식하고 완고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모두(冒頭) 발언에서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당 간사)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 긴장완화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안보상황은 `위태롭고 위험한(precarious and dangerous)` 상태라며 우려했다. 이에 에이브럼스는 300일 이상 북한도발이 중단된 가운데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4위 재래식 군사력과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탄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북한의 군사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 밖에도 주요 주제에 관해 언급된 에이브럼스 장군의 발언 및 서면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이 추진하는 DMZ 내 GP 감축에 대하여, 남·북대화가 계속되더라도 DMZ 관련 모든 활동은 유엔사령부 소속 17개국과 유엔사에 의해 중재·판결·준수 및 시행되어야 한다.
둘째, 비핵화 이슈와 정전협정-평화협정 관계와 관련, 남·북 평화협정은 양국간의 직접적인 합의이며, 이는 1953년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결의안 84호에 명시된 정전협정을 배제(obviate)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남·북 합의와 정전협정 간에는 아무런 직접적 연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유엔사령부-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는 3위일체의 조직이다. 유엔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 공약의 상징이며, 유사시 한국 방위에 동참하는 국제사회 기여를 위한 전력증강의 플랫폼 역할이다. 연합사는 한·미 군사동맹의 심장(heart)이다. 주한미군사는 북한의 침략 억제, 나아가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에 필요한 전비태세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중 어느 것도 다른 2개의 사령부가 없이는 한반도 안보증진에 성공할 수 없다.
넷째, 김정은 위원장은 절대권력을 장악한 독재자다. 주민들은 처참한 빈곤 속에서 살아가며, 기본적 인권부재와 끊임없는 공포·협박에 시달린다. 김정은은 비이성적 인물이 아니다. 그가 내린 결정에는 합리성과 이성의 관찰된다.
다섯째,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겨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전임자 브룩스 사령관의 평가에 동의한다. 전작권을 넘겨받은 이후, 한국군이 한·미 연합전력을 주도하기에는 여전히 `무수한 능력의 격차`가 존재한다. 전작권 전환은 안보환경 평가를 포함하여,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건들이 완벽하게 달성된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지난 8월과 9월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연합전력의 준비태세가 분명히 `저하(degradation)`되었다. 이는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에서 감수해야 할 `신중한 위험`이다.
에이브럼스는 원칙론자로 보인다. 그가 북한의 군사위협 평가, DMZ 내 활동에 대한 유엔사의 관할소관,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간의 관계, 전작권 전환, 한·미 연합훈련 등에 관하여 언급한 내용들은 별도의 해석이나 추정이 불필요할 정도로 간결하고 명쾌하다. 상기 발언들과 서면답변 내용은 사전에 미 합참과 펜타곤, 백악관의 철저한 사전검토와 협의를 거쳤을 것이다. 리드 의원에 의하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를 동시에 진전시키는 것은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모순어법(oxymoron)에 가깝다.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서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면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미래군사학회 부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