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정부는 집값을 잡으려 부동산대책을 연일 발표하지만, 투기꾼들의 재간을 쫒기에는 역부족처럼 느껴진다.

투기(投機)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부동산 시장에 종종 투기란 말과 투자(投資)라는 말이 혼용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투기와 투자는 백지장 한 장의 차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말뜻을 곱씹어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투기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쓴 단편소설 `허생전`에 잘 나타나 있다.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은 생업을 등진 채 10년간 책만 읽다 돌연 붓을 꺾고 한양 부자 변씨를 찾아가 1만냥을 빌려 경기도 안성을 찾는다.

여기서 허생은 변씨에게 빌린 돈으로 과일을 모두 사들였고, 한양에서는 과일이 없어 제를 못 올리는 문제가 벌어진다.

만약 허생이 사들인 것이 과일이 아니라 쌀이었다면 백성들이 굶주리는 대재앙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집도 마찬가지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모든 사람에게 집이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도 허생처럼 투기를 하려 집을 사들이는 사람이 넘쳐난다면 세상은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

소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아득바득 저축을 해도 투기꾼들이 집을 쓸어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주택시장 안정은커녕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시대에 주택가격의 변동을 보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투자는 자본을 투입해 생산활동을 벌여 얻은 이익을 말한다. 주택시장은 사들여서 생산 활동을 벌이는 일이 아니기에 `투기`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다.

의식주를 상대로 투기를 하게 되면 심각한 병폐가 발생한다.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는 경제논리다.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도탄에 빠져있는 원인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작금에 이르러 세간에는 주택 투기를 벌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허생이 너무나 많다.

그들이 돈을 버는 만큼 나라에 곡소리가 짙어지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재2부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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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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