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핵무기 없는 한반도 구축, 남북 군사적 위협 해소, 그리고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등을 약속했다.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어감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부여했으며, 김 위원장은 "수십 년 지속됐던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내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으며, 조선반도를 핵 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주요내용

△문재인 대통령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 분야 합의 사항의 이행을 위한 상시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유관국의 전문가들의 참여 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다. 남과 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역사적 사변이라고 해도 좋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마주 앉아 회담을 하고 합의 사항을 내놓았다. 북측은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일체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를 지켰다. 한미 양국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개성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됐다. 상시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남북시대가 열렸다. 너무나 꿈 같은 일이지만 우리 눈앞에서 분명히 이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 될 것이며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늘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주었고 핵무기도, 핵 위협도, 전쟁도 없는 한반도의 뜻을 같이 했다. 온 겨레와 세계의 여망에 부응했다. 김 위원장의 결단과 실행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남북관계는 흔들림 없이 이어져갈 것이다. 이제 평양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양국 간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루어지고, 양국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도 다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에서 탄생한 4·27 선언에 받들려 북남 관계가 역사적 전환의 첫 자욱을 떼었다면, 9월 평양공동선언은 관계 개선의 더 높은 단계를 열어놓고, 조선반도를 공고한 평화 안전지대로 만들며 평화 번영의 시대를 보다 앞당겨 오게 될 것이다. 이 뜻 깊은 자리를 빌어 판문점에서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어린 노력을 기울여온 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의를 표한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고, 첫 출발을 잘 뗀 북남 관계를 시대와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게 한 단계 도약시켜 전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에 대해 의논했다. 수십 년 세월 지속돼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으며, 조선반도를 핵 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아가기로 확약했다. 각계각층의 내왕과 접촉, 다방면적인 대화와 협력, 다양한 교류를 활성화해 민족 화해와 통일의 대하가 더는 거스를 수 없이 북남 삼천리에 용용히 흐르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방도도 협의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이 모든 소중한 합의와 약속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선언은 길지 않아도 여기에는 새로운 희망으로 높뛰는 민족의 숨결이 있고, 강렬한 통일의지로 불타는 겨레의 넋이 있으며 머지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겨져 있다.

우리의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는 앞길에는 생각 못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도 막아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시련을 이길수록 우리의 힘은 더욱 커지고 강해지며, 이렇게 다져지고 뭉쳐진 민족의 힘은 하나된 강대한 조국의 기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 어떤 역풍도 두렵지 않다.

세계는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 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앞날을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는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 속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해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에 서서 함께해 나갈 것이다.평양공동취재단·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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