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청자들이 그의 탄생부터 30여년 간 일거수일투족을 TV 생중계를 통해 본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은 배우였고, 그가 속해 있던 세상의 모든 것도 그를 위한 세트장에 불과하다.

20년 전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영화 `트루먼 쇼` 얘기다.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의 일상생활을 요즘 말로 도촬 되는 조작된 삶을 사는 일종의 몰래카메라 정도로 보면 이해가 쉬울 듯 싶다.

당시로 보면 신선한 내용이었지만 어찌 보면 CCTV에 과다 노출된 요즘 우리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도로나 엘리베이터, 사무실, 상점 등 알게 모르게 곳곳에 숨겨졌거나 드러난 CCTV와 자신이 사용한 신용카드를 역추적하면 대충 하루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다.

우스갯소리로 CCTV가 없던 시절에 경찰이 범인을 어떻게 잡았을까 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니 우리 삶에서 CC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급기야 성역과도 같은 장소인 병원 수술실에도 CCTV 설치 논란으로 갑론을박이다.

그치만 국내·외적으로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의 못된 일탈이 수술실 CCTV 설치에 불을 지핀 건 부인할 수 없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논의는 이미 19대 국회 때부터 시작됐다.

최동익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환자와 의료진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다.

집도의에게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을 촬영한다는 사실만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져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이 법안이 무산된 또 다른 이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또 다시 수술실 CCTV 설치에 불을 지폈다.

이 지사는 최근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수술실에 CCTV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공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가동하는 것은 전국 최초다.

이 지사는 "일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며 CCTV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CCTV 성역 장소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 우리는 사생활 없는 트루먼 쇼가 일상화 되는 삶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였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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