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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감독의 눈물을 보았다

2018-09-12기사 편집 2018-09-12 08: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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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하지만 하나된 응원으로 승리를 외치던 우리 안에 작은 갈등의 싹이 움트고 있었다. 바로 병역이다. 승리를 위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은 한 게임 한 게임 이기기를 바라는 그 순간에 충실했다. 물론 그 충실함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힘으로 드러났다. 저마다의 기대는 기쁨과 아쉬움으로 갈라지듯 말레이지아 축구대표팀에게 2대 1로 졌을 때에는 아쉬움과 함께 모두가 원했던 승리를 채우지 못했다. 그 이유만으로 수많은 질타 또한 이어졌다. 그리고 6대 0이라는 승리에 취해 자만했다는 성찰도 이어졌다.

성찰은 자신의 삶을 앞과 뒤 혹은 과거와 현재로 비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바꿔 전과 다른 새로움에 도전하는 계기다. 하지만 아시안 게임이 끝난 뒤, 우리의 비교는 달랐다. 누구에게는 결과가 있는데 나에게는 없다는 서로의 경험으로 비교하기 시작했다. 바로 병역특례라는 결과다. 나에게는 없거나 없었는데 타인에게는 있다는 비교는 사회적 갈등이 됐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우리가 진정 원하고 함께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달고 뛰어야 하는 선수와 함께 우리는 승리와 패배라는 갈림 속에서 응원으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특히 거리를 가득 채우던 붉은 기억은 세계인의 시선에 감동을 전했다. 그 감동도 우리는 함께 했다. 물론 미약한 결과에는 그 책임과 비난 또한 함께 했다. 이러한 승패의 갈림 속에서 기쁨과 아쉬움을 겪으며 우리는 하나로 단련되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해야 할 목표는 아니었을까. 항상 함께 했던 과정 뒤에 결과라는 성적으로 다시 평가하고 갈등을 겪어야 했을까. 축구를 바라보던 한 개인으로서 먼저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답을 한동안 고민했었다.

우리는 아니 나는 결과를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함께 응원했던 수많은 순간의 과정을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성적과 그 결과에 우리의 시선은 향해 있었다. 사실 모든 행위는 결과를 만든다. 물론 그 시작에 따라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로 나뉜다. 하지만 이제 그 결과를 본래적 결과인 본과(本果)와 그 결과에 따라오는 부수적 결과 여과(餘果) 결과로 나누어 보자. 아마도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모든 국민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본래적 결과는 승리를 위해 뛰고 그 열정에 응원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함께 나눈 본래적 결과의 뒤에 승리와 패배라는 결과가 뒤따른다. 그리고 그 뒤에 진정 부수적 결과인 병역특례라는 여과가 따라온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시합이 끝난 뒤, 우리에게 남겨진 성적표와 그 특기사항인 병역특례만이 본래적 결과가 돼 있다. 앞과 뒤가 바뀐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다가왔다.

오래전 내가 성직자의 이름으로 학교 현장에 있었던 일이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시험의 목적은 무엇이니?" 이에 모든 학생의 공통적인 답이 돌아왔다. "100점이요."

나는 다시 물어 보았다.

"그럼 백점 받았으면 그만해도 되겠네. 목적을 달성 했으니…."

아이들의 서로 의아해 했다. 다시 나는 아이들에게 전했다.

"아마도 시험의 목적은 100점이라는 점수의 결과가 아니라 내가 공부한 노력과 그 과정을 살피고 자신의 노력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성적은 노력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만족이라는 본래적 결과에 따르는 결과다. 여과(餘果)다. 본래적 결과인 본과(本果)의 중요성은 스펙 혹은 성적이라는 결과보다 그 사람의 성실성과 진지함을 소중히 여기는 일부 기업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

나는 아시안 게임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나고 축구감독 김학범의 눈물을 보았다. 눈물 섞인 그의 인터뷰는 승리의 결과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말 조차 잇지 못했다. 그의 눈물 속에는 선수들과 함께 걱정하고 땀 흘렸던 과정이 가슴 벅차게 채워졌을 것이다. 그가 채운 것은 성적이라는 뒤따르는 결과, 즉 여과(餘果)가 아닌 함께 했던 과정의 결과인 본과(本果)였다.

그 눈물을 닦을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선수들의 노력과 그 노력을 응원으로 더한 이들의 긴 여정을 소중히 바라보는 우리의 두 눈이 돼야 한다. 더 이상 성적이 돼서는 안 된다. 원명 대전불교총연합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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