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 사회를 규정하는 열쇳말로 뭐가 있을까? 아마 `갑질`도 빠지지 않으리라. 갑질은 한국어의 영어 발음(Gapjil) 그대로 미국 뉴욕타임즈에 보도되는 등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어가 됐다. 국어사전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치하는 개념"이라고 갑질을 소개했다.

갑질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똬리를 튼 뿌리 깊은 병폐이다. 임대료도 갑질이 두드러진 영역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불리는 `갓물주`의 임대료 갑질 횡포에 임차인들은 피눈물도 마른 지 오래. 국회에는 건물주의 임대료 갑질에서 임차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법률개정안이 몇 해 전 발의됐지만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불발됐다.

살인사건까지 부르는 임대료 갑질이 상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많은 도시민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임대료 갑질은 횡행한다. 충청남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은 공동주택내 어린이집 임대료를 보육료 수입의 5% 이내로 정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료 수입은 국가와 시도에서 지원한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보육료 수입을 충당하는 상황에서 과다한 임대료는 보육의 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나온 규정이다.

일부 아파트는 이런 준칙을 아랑곳 않고 임대료 수입에 골몰한다. 천안시에 따르면 52개 아파트 단지 중 어린이집 임대료가 보육료 수입의 5-6%인 곳은 7개소에 불과했다. 8-9%가 11개소로 가장 많았다. 10-11%도 8개소나 차지했다. 준칙에서 권장한 기준 보다 배나 많은 보육료 수입의 11% 이상을 임대료로 받는 아파트도 2개소로 집계됐다. 어린이집 운영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임대료 갑질이라는 하소연을 수긍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강제성 없는 준칙이 아닌 법제화를 통해 공동주택 어린이집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접수됐다. 천안에서는 아파트 어린이집 임대료 분쟁이 충남도 감사위원회 감사로도 이어졌다. 임대료 갑질 근절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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