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진보 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노 의원은 유서를 남겼다. 유서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 다수 회원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는 내용이다. 드루킹 특검의 칼끝이 노 의원에게 향하면서 심적으로 큰 고통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미뤄볼 수 있다.

그의 죽음에 온 나라는 충격에 빠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를 추모했다. 정치적으로 극과 극에 있었던 자유한국당도 노 의원의 죽음을 `정치적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노 의원의 별세 이후 많은 이들이 `제도가 사람을 죽였다`고 회자했다. 정치자금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법 자체가 현 상황과 맞지 않을뿐더러 정치신인과 돈 없는 정치인의 정계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과 이권·금권의 결탁을 막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가난한 정치인을 옥죄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지난 2004년 개정안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 대선의 `차떼기 사건` 이후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개정된 주요 내용은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정당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 기부 실명제 및 정당 회계 보고 등이다. 정치자금 기부를 받는 통로와 상한액을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그것도 차이가 있는데 국회의원은 1년에 1억 5000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후원회를 통해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예비후보자는 1억 5000만 원이 상한선이다.

노 의원이 돈을 받은 시기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다. 그가 회계 처리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1억 5000만 원의 후원금 이외에 추가로 4000만 원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금전적 압박을 받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유능한 정치인을 잃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주요 원인에 대한 진단도 내려졌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이 원내·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원하고 있다. 가난한 정치인을 옥죄는 `악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정치자금법을 이참에 국회에서 개정해주길 기대해본다.

취재1부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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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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