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보험직에 근무하는 이모(39)씨는 최근 들어 출근시간을 당겼다. 날씨가 무더운 탓에 한시라도 더 빨리 냉방이 가동되는 회사로 출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 온도는 26도. 에어컨을 쫓아 여름을 나고 있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전모(42)씨는 야근 아닌 야근을 자청한다. 담당업무를 끝냈더라도 웹서핑을 하면서 개인 일정을 살핀다. 회사는 지속적인 냉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후 8시가 돼서야 퇴근을 한다.

공공기관에 근무중인 유모(32)씨는 찜통더위로 최근 새롭게 출근복장을 입었다. 린넨 등 기능성 외투를 입어 더위를 버텨내고 있다.

유 씨는 "올해 들어 유난히 더위가 심하다"라며 "실내온도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위를 덜 타는 옷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마솥 더위가 지속되면서 직장인들이 이색적인 여름을 보내고 있다. 시원한 공간을 찾아 백화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공간 때문에 출근을 일찍하고 퇴근을 늦게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에 들어서며 항공료, 숙박비 등의 고공행진으로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43)씨는 "여름휴가를 가고 싶어도 항공료나 숙박비가 너무 높게 올라 차라리 집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며 "동료들 중에는 여름휴가를 가지 않는 이들도 많다. 더위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역 백화점은 살인적인 폭염으로 호재를 맞았다. 인근 직장인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보다 시원한 공간을 찾으며 백화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쿨비즈가 인기를 끌면서 의류매장을 중심으로 매출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유모(45)씨는 "일반 식당보다 냉방환경이 확실한 백화점 식당가를 찾아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며 "아이쇼핑도 하고 끼니까지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역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들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통풍기능이 좋은 의류를 많이 찾고 있다. 특히 린넨셔츠 등 얇은 소재 의류 매출이 평년대비 20% 늘어난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워라밸 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문화강좌 신청률도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색여름나기가 한창이다. 한국타이어는 일명 `아이스룸`을 설치, 직원들의 복지를 돕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더운 여름 직원들을 위해 아이스룸을 설치해 호응을 얻고 있다"라며 "이 밖에도 직원휴게실을 설치해 음료, 빙과류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