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과 강점을 파악해 상대의 `충실한 부분을 피하고 허약한 부분을 공격하는(避實擊虛)` 전략은 손자가 말하는 허허실실의 핵심 화두다. 손자는 말한다.

"공격을 잘하는 자는 그 지키는 곳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하고, 수비를 잘하는 자는 그 공격하는 곳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한다. 미묘하고 미묘하니 형태가 없는 데에 이르고, 신기하고 신기하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런 경지에 올라야 적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 (아군이) 진격해도 (적이) 방어할 수 없는 것은 그 허점을 치기 때문이고 (아군이) 후퇴해도 (적이) 추격할 수 없는 것은 신속하여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중 `허실`)

`허실`은 기습과 정공법인 `기정(奇正)`이란 말과 함께 `손자병법`의 키워드로 힘이 잘 모인 상태가 `실`이고 그 반대가 `허`이다. 충분히 대비가 있는 것을 `실`이라고 하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을 `허`라고 한다. 그런데 허실이란 단순히 이런 고정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는 말처럼 진짜와는 반대의 모습으로 위장하라는 말이 담겨 있다. 이 허실은 용병에 많이 쓰였다. 손자가 말하는 허실은 무엇인가. 바로 이것이다.

"적이 편안하면 그들을 피로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배부르면 그들을 굶주리게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안정되면 그들을 동요시킬 수 있어야 하고 적이 반드시 달려갈 곳을 향해 출동하고 적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敵佚能勞之, 飽能飢之, 安能動之. 出其所必趨, 趨其所不意)."( `손자병법`중 `허실`)

적을 다룰 때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심리전술과 적절하고 과감한 행동에 기반해 적의 의표를 찌르는 것을 역설한 것이다.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도 "급소를 치고 빈틈을 찔러 형세를 불리하게 만들면 저절로 물러날 것입니다(批亢?虛, 形格勢禁, 則自爲解耳)"라는 손빈의 말이 손자의 이 발언과 상통한다. 그 당시 상황을 보면, 위왕이 제나라 장군 전기를 장수로 임명하고 나서 손빈을 불러 작전을 세우게 할 때였다. 손빈은 전기가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조나라를 치려는 것을 보고는 이를 만류했는데, 때 마침 위나라와 조나라가 전쟁 중이었기 때문이다. 즉, 위나라의 수도 대량으로 들어가 중요한 길목을 차지하고 텅 빈 곳을 치라고 조언해 큰 전공을 올렸던 것이다.

건안 16년(211년) 조조가 관중을 평정할 때 하동을 통해 풍익을 공격하지 않고 도리어 동관을 지키며 많은 날을 허비하는 듯 하다가 북쪽으로 황하를 건넜다. 그 이유를 수하 장수가 묻자 조조의 답은 이러했다.

"적군이 동관을 지키고 있을 때 우리가 하동으로 들어갔다면 적군은 반드시 병사를 이끌고 모든 나루터를 지켰을 것이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서하를 건널 수 없었을 것이오. 나는 일부러 정예 부대를 이끌고 동관으로 향했던 것이오. 적이 모든 군사를 동원해 남쪽을 지켰으니 서하의 수비는 구멍이 뚫렸고, 그 덕에 서황과 주령 두 장수가 서하를 마음대로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오. (…) 전쟁을 치를 때 전술은 변화무쌍하니, 결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오." (`삼국지` 중 `위서 무제기`)

적이 굳게 지키는 것을 무모하게 공격하기 보다는 적의 빈틈을 노려 공격하게 되면, 단단하게 지키고 있던 곳마저 허술해지고 결정적인 빈틈이 드러나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우리의 엄중한 외교안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 회담을 끝낸 지금, 비핵화와 한미군사훈련, 주한미군문제 등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주도권을 잡으면서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우리의 충실한 부분을 숨기는 보이지 않는 전술을 짤 때다.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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