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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원추와 올빼미

2018-06-10기사 편집 2018-06-10 17: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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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자가 양나라 재상인 혜자를 만나려 했다.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장자가 당신 대신 재상이 되려고 오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혜자가 겁이 나 장자를 찾으려 사흘 낮밤 동안 온 나라를 뒤졌다. 장자가 찾아가 혜자에게 말했다.

"남쪽의 원추라는 새를 아는가?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해 북해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감로천이 아니면 마시지를 않지. 그런데 마침 썩은 쥐를 얻은 올빼미 한 마리가 원추가 지나가자 '그 썩은 쥐를 뺏길까 겁이 나서' 원추를 쳐다보며 꽥 소리를 질렀다는 거네. 지금 자네도 그 양나라 대신의 자리가 욕심이 나서 나에게 꽥 소리를 지르는가?"

<장자> 추수편 이야기이다. 비교종교학자 오강남은 이 이야기가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권력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을 보고도 모두 정적으로 생각하고 인간 관계만 살벌하게 한다"고 풀이했다.

선거는 승부의 세계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그 세계에서 패거리는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천안은 지방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치러지며 여러 패거리가 득세했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닫으며 곳곳에서 올빼미와 올빼미를 둘러싼 패거리들의 꽥꽥 소리가 연일 터져 나온다. 선거가 끝나면 꽥꽥 소리는 잦아들겠지만 논공행상, 썩은 쥐를 놓고 다투는 그들만의 리그는 더욱 격려해질 터.

공자는 논어에서 "자율적 인간은 보편의 관점에 서지 당파성을 지니지 않는다. 반면 작은 사람들은 당파성을 지니지 보편의 관점에 서지 않는다"(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부주)고 역설했다. 선거에 뛰어들었던 패거리나 지도자가 선거 이후에도 그 패거리에 갇혀 전체를 보지 못한다면 지역공동체로는 적지 않은 손실이다.

고전학자 신정근은 앞서의 논어 구절을 인용하며 "군자와 소인의 구별은, 나를 선의 화신으로 만들고 타자를 악의 화신으로 만들어 배제의 논리를 작동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고 밝혔다. 6·13 이후 지역사회가 네 편, 네 편의 선 긋기를 넘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 당선자여, 원추는 아니어도 올빼미는 되지말자.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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