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신부동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일대는 버스터미널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맛집 등이 밀집해 늘 청소년들로 북적인다. 지난 26일 오후 이 거리에 특별한 청소년들이 등장했다. 충남교육감 후보 "기호 0번 `청소년`"이다. 이 자리에서 충남교육감 기호 0번 청소년과 지지자들은 "어른들끼리 선거는 이제 그만! 현장경험 풍부한 진짜 교육감"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호 0번 청소년 충남교육감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당히 출마 기자회견까지 개최했지만 유권자들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실제 `기호 0번 청소년`에 신성한 한 표를 던질 순 없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자는 유치원, 학교에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3년 이상이거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기관에서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으로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경력과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 두 경력을 합한 경력이 3년 이상이어도 교육감 후보가 될 수 있지만 만 18세인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갖추기에는 턱 없이 높은 장벽이다.

기호 0번 청소년은 자격 미달로 교육감 출마를 못할 뿐 아니라 유권자도 될 수 없다. 현행 법률상 투표권을 가진 선거연령이 만 19세 이상으로 규정된 탓이다. 6·13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나 시장, 군수, 기초·광역의원과 함께 교육감도 뽑는다. 교육감은 대다수 청소년들의 직업인 학생들 이해와 직결되는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지만 정작 교육 주체이자 소비자인 학생과 청소년은 만 19세 선거연령에 가로막혀 투표장 진입이 불가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13 지방선거의 슬로건으로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동네`로 정했다. 지방선거가 동네와 일상을 바꾸는 동네민주주의의 축제장임에도 청소년은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이다. 청소년들이 지방선거가 만 19세 이상 어른들끼리만 출마하고 투표하는 `어른들끼리만의 민주주의`라고 볼멘소리를 내놓아도 기성세대 변명은 궁색하다. 정치권에서 투표연령 하향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번 물거품 됐다. 정말 우리나라 정치권이 두려워하는 건, 김정은 보다 청소년이라는 괴담이 진실은 아닐까.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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