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재개 이목집중

한국당소속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외형적 메시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불출마`와 `향후 역할론`이다.

하지만 정가에선 한마디로 `정치재개 선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구체적인 로드맵도 명확하다.

우선 6·13 지방선거 국면을 맞아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지만, 후보들에 대한 측면 지원을 통해 존재감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당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선거구에 입후보해 예선과 본선을 준비하는 것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돌며 역할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전 총리는 과거 국회의원 또는 충남도지사 시절에도 자신의 선거가 아닌 지방선거 또는 총선에 나선 자당 소속 입후보자들을 위해 발벗고 지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이 전 총리의 텃밭인 충남에서 지방선거와 함께 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예정돼 있고, 상당수 후보들이 그의 지원유세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실제로 충남 천안에서 재보선을 준비중인 한국당의 한 후보는 "이 전 총리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충청 곳곳을 다니며 측면 지원한다면 보수층 결집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이 전 총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원 팀(one team)이 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 최고지도부와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표면화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전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화합을 위해 홍준표 대표체제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한데다, 당 지도부가 공언한 `광역단체장 6석 이상`을 완성하려면 충청선거에서의 승리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지방선거 이후 정치행보에 대해서도 사실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위해 직접 당 대표에 나설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직책을 상정하고 말하기는 경솔하다"면서도 "정치는 상상력이니까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정하고, 어떤 역할이든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충남도지사 출마 여부 등에 대해선 확실히 부인하며 선을 그었던 것과 달리 보수재결집과 당 재건을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나아가 충청대망론과 함께 `큰 꿈은 연탄가스처럼 슬며시 찾아온다`고 언급한 것은 지방선거 승리와 당권 도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집이 완성된다면 대권 도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한 셈이다.

이 같은 이 전 총리의 구상에 가장 중요한 전제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다. 그가 언급했던 것처럼 당의 요청과 상관없이 후보들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선거에서 얼마만큼 역할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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