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명의 금융감독원장이 연달아 불명예 퇴진하는 바람에 금융권이 혼란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강력하게 표방했던 `사람중심`의 금융개혁정책은 키를 잡을 조타수가 없으니 당분간 불안한 항해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금융계 일각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리던 수장이 낙마했으니 당장의 `채찍질`은 피하게 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금융은 자본주의체제에서 우리 몸을 흐르는 혈액 같은 기능을 한다. 혈액에 이상이 생기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금융시스템에 혼란이 생기면 90년대 말 IMF 사태에서 경험하였듯이 온 국민이 그 고통을 떠안게 된다. 고도산업사회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금융기관`이라 부르며 `공공성`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업계 전 분야에서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대표적 금융회사인 은행권을 보자. 올해 초 시중 대형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까지도 직원채용비리로 감독 당국에 의해 고발된 상태이다. 인사비리는 권력의 힘으로 합법을 가장하여 무자격자인 `금수저`를 합격자로 둔갑시키는 범죄행위이다. 이에 의해 탈락한 지원자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어디 이 뿐인가. 가계 빚이 150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사상초유의 수익을 올렸다며 떵떵거리지만, 이는 과도한 예대마진의 결과일 뿐이다. 특히 시중은행보다도 4배 가량 높은 저축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폭리가 아닌 `약탈` 수준에 가깝다. 이러고도 이들을 어떻게 `서민금융기관`이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수사기관은 인사비리를 철저히 밝혀 응분의 처분을 해야 할 것이고, 금융감독당국은 금리체계의 개선 등 적극적 규제행정을 펼쳐야 한다.

증권사는 어떤가. 이달 6일 유령주식으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증권 우리사주사건`은 증권거래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 대신 1000주나 되는 주식을 배당하는 사고가 터진지 2주가 다 되어도 명확한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굴지의 증권회사에서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발행한도의 28배가 넘는 주식이 발행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자칭 `IT 강국`에서 벌어졌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투자자들에게 생긴 손해를 증권사가 배상하겠다고는 했지만, 최종적인 피해는 소비자인 투자자들이 입는 구조이다. 내부통제시스템의 강화는 물론, 차제에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증권거래시스템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보험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금지급 관련 소송남발로 피해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정부의 엄격한 제1금융권 대출규제로 약관대출이 60조 원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관대출이 보험계약자의 해지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없음에도 보험사들은 은행권의 예금담보대출보다 3배 가량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겠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난망한 일이다. 따라서 정부가 개혁의지를 다시 세우고 고삐를 죄어야 한다. 서민들에게 금융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데도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규제완화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려서는 안 된다.

개혁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대선 공약 사항이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및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이 정부부처의 갈등 등으로 정권 출범 1년이 다되도록 전혀 진척이 없다. 정권적 차원에서 부처이기주의를 혁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득권을 의식한 나머지 좌고우면하게 되면 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된다. 그것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민심을 외면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금융소비자가 더 이상 착취와 약탈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금융시스템 구축 의무가 정부와 국회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금융개혁의 강렬한 의지를 표심으로 담아내기를 기대해 본다.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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