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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6·13 지방선거에 따른 정당공천제의 문제점

2018-04-10기사 편집 2018-04-10 08: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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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민병찬(한밭대 교수) 대전시 4차산업혁명추진위원회 위원
당초 우리나라의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 제도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 낙관론적 사고가 문제였다. 정당의 거름망을 통해 참신한 정치신인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조직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유지들이나 국회의원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만 공천됨으로써 유능한 정치신인들은 배제됐다. 정치적 비효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역주의 정치로 인해 정치적 비효율은 계속됐다. 시민의 정치참여는 활성화되지 못했고, 지역의 정당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는 지역정치와 정당정치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파행적 정치문화와 체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당공천제는 우리나라 정치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처방이 아니라 정치병폐를 덧나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정당공천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정당정치와 대의제 민주주의의 작용이 전제됐어야 했으나 이러한 요건이 준비되지 않은 채 낙관론적 전망만을 가지고 제도를 실시했던 것이다. 여하튼 정당공천제는 정치병폐를 해소하기 위한 해독제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정치병폐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공천제 찬성론의 또 다른 한계점은 정당공천제가 가지고 있는 지방선거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파행적 우리나라 정치체제에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접목함으로써 발생되는 공천비리, 정치적 부패, 지방정치인의 중앙정치예속화 등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고려하지 못한 채로 정당공천제를 지속하는 것은 이런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지방자치의 정립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현재의 정당공천제는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방의 자율적 운영체제를 저해하고 있다. 정당의 지방조직은 지방자치적 가치를 실현시키기 보다는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중앙당의 도구로서 활용된다. 중앙당의 지침이 지역적 가치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지역당에 의한 정치라는 병폐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구조에서 정당공천제는 지역당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기제로 작용되고 있다. 지역의 대표인 지역정치인은 지역 시민들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이나 정당유력자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게 된다. 따라서 정당공천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정치유력자에게 순종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만을 양산하고 있다. 지방선거로 선출된 지방정치인들은 지역주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당이나 국회의원에게 봉사하는 모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게 된다. 결국 지방자치는 현재의 정당공천제로 인해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도적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지방자치제는 지역주의 정치의 영향을 받아 동일 지역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동일한 정당에 의해서 장악된다. 결국 지방의회는 동일 정당출신의 단체장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정당공천제는 후보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 정당에 대한 기여도나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 등을 근거로 공천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지역정치인들의 정치입문이 어려워지고 이로써 시민선택의 여지가 제한된다. 지역의 유능한 인재를 정치에 입문시키는 것을 핵심적 기능으로 하고 있는 지방자치제가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역을 대변할 능력 있는 인재를 배제시키고 재력을 근거로 중앙정치 권력자나 지역의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천하는 부정적 지역정치체제를 양산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오늘날 지방정치에 있어서 지역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당간의 대결에 의해서 중앙당이 관심을 갖는 가치나 이익이 지방에 강요돼 지방자치의 가치와 지방의 이익은 배제돼 왔다. 정당공천제가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는 핵심적 요소가 됐다. 오히려 정당공천제로 인해 민주주의의 핵심적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근대적 정당체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 및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제의 폐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병찬 대전시 4차산업혁명추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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