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금년 1월 서지현 검사에 의해 폭로된 검찰청 내부 성추문으로부터 시작되어 폭발적으로 퍼져가고 있다, 대중의 추앙을 받던 종교계, 문화계, 정치계, 법조계의 유명 인사들의 행적이 드러나며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성 괴롭힘 사건들은 심심치 않게 터졌었으나 갑과 을의 먹이사슬이 단단히 얽혀 지극히 폐쇄적인 집단들에서는 이제야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원만한 대인관계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기본예절이다. 나 혼자 반갑다고 상대는 싫어하는데도 끌어안거나 만지거나 해서는 안 된다. 이 기본 배려가 지켜지지 않고 자기 욕구를 타인에게 강제할 때 그것은 폭력이다. 폭력은 물리적 폭력, 성폭력, 언어폭력 등 다양한데 물리적 폭력에 대해서는 잘 드러날 뿐 아니라 피해 정도를 측정하기도 쉬워 지금은 자식교육이든 학생훈육 목적이라도 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성폭력은 우리 일상 전반에 스며들어 있고 개인의 인격과 일생을 크게 파괴시키는데도 아직사회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도대체 성희롱이 뭐야. 성희롱과 친한 몸짓을 어떻게 구분하지?`하고 남편이 묻기에 나는 `어떤 남자가 나에게 한 짓을 들었을 때 자기 기분이 나쁘면 성희롱이고 아무렇지 않으면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말해주었더니 확실히 이해했다. 나도 성폭력으로부터 백퍼센트 안전하지는 못했기에 2차 술자리에는 가지 않는 등 조심하였고 피할 수 없었을 때는 대범한 척 같이 웃어 넘겼다. 상대는 자기 잘못을 전혀 인지 못하는데 속을 끓여 봤자 이고 나는 그들과 일을 계속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어전술로 인해 술자리에서 교환되는 정보나 진하게 농치는 중에 발전하는 동지의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영화 `도가니`는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인 광주인화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청각장애아들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실제보다 훨씬 낮은 수위로 보여주었음에도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교사들이 여고생들을 상대로 하는 성 괴롭힘도 역사가 오랜 일이다. 작년에도 교사들의 여학생 성희롱 사건들이 다수 뉴스에 올랐다. 특히 부안여고 사건은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한 체육교사의 성추행 행각에 관해 민원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체육교사는 20년 이상 매년 수십 명씩의 여학생을 성추행 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이를 계기로 시행한 전북교육청의 집중적인 감사결과 교장과 20명의 교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주변인들의 방관, 관련된 조직원들의 은폐 축소, 교육청이나 경찰 등 감독기관들의 미온적 태도, 솜방망이 법조계로 인해 장기간 지속되며 보호받아야 할 수많은 꽃다운 아이들이 짓밟혀 왔다. 인간적 상식으로는 장애자나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는 가중처벌이 적용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데, 법정은 성폭력의 특수성을 이해 못하고 피해자 특히 장애자나 미성년자의 특성은 고려치 않고 엄격한 증언을 요구하거나 피해자와의 합의 등등 온갖 경감 구실을 찾아 무죄방면이 흔하고 기껏해야 집행유예정도의 매우 관대한 처벌을 적용한다.

성폭력문제는 남성과 여성간의 문제가 아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은밀하게 행하는 폭력이므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의 문제이다. 성폭력 피해자는 어린이, 남성 심지어 노인이 대상일 수도 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인식을 높이기 위해 아직 미투운동이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현재 미투운동 참여자는 주로 성인여성들이고 나름 피해를 극복한 사람들이다. 더 치명적이고 광범위한 미성년에 대해서는 We did it, They did it 같은 적극적인 고발 내지 폭로가 장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나라, 강자도 약자도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권국가가 되었으면 한다. 정광화 전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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